공산당 100주년, 중국 길거리는 붉게 물들었다

중국은 정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정책을 요약하기 위해 슬로건, 캐치프레이즈를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 마오쩌둥은 '인민에 봉사하다'라는 문구를 당의 비공식적 모토로 삼았고, 내전 동안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덩샤오핑은 "개혁과 개방"을, 장쩌민은 '3개 대표 이론'을 외쳤다.

ⓒAFP

시진핑 주석 역시 2012년 집권 이후 이데올로기 전파를 위해 슬로건을 대중화했다. 부패에서 국가적 목표, 도전, 글로벌 포부까지 아우르는 주제도 다양하다.

집권 초기 시진핑은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과 비교하며 '중국몽'을 외쳤다. 미국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비중을 두는 반면 중국은 국가의 목표 달성을 우선으로 한다는 게 그의 목표다.

2018년까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진핑은 ‘호랑이 잡기’, ‘파리 때리기’ 슬로건을 내보였다. 호랑이는 부패한 고위 당국의 지도자, 파리는 중하위권 간부를 뜻한다.

---

이렇듯 중국에서는 일 년 내내 정당에 대한 선전물을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선전 현수막과 광고판이 중국 지역에 급증하고 있다.

「

오는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선전 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

초심을 잃지 말고 사명을 기억하자 (不忘初心, 牢?使命)는 슬로건이 적힌 선전물. ⓒ로이터

1921년 7월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다가오는 7월 1일 자로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현지에선 관련 영화 재개봉과 유명 배우를 동원한 드라마를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으며, 길거리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빨갛게 장식된 "100"이라는 문구와 공산당 엠블럼이 있는 대형 보드는 소매점, 대형 마트, 번화한 거리를 따라 내걸려 있으며, 시민들이 "문명화된" 삶을 살고 당국에 순종하도록 상기시킨다.

베이징의 한 길가 표지판엔 "당의 말을 듣고, 당에 감사하고, 당을 따르라"(听党话、感党恩、跟党走)는 문구도 적혀있다.

″당의 말을 듣고, 당에 감사하고, 당을 따르라″ 문구가 적힌 홍보물. ⓒAFP

중국 인민 해방군 병사들이 베이징 자금성 입구에서 있다. ⓒAFP

"어디서나 문명화된 이미지를 만들고, 모두 문명화된 시민이 되자"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 가족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현수막도 눈에 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역사를 재포장하고 있다며, 공산당 역사를 홍보하는 선전 캠페인이 마오쩌둥 이래 최대의 대중 교육 운동"이라고 지적했다.

ⓒAFP

버스에 부착된 군인 레이펑(雷?)의 홍보물ⓒ신화통신

일부 현수막에는 마오쩌둥에게 공훈을 인정받은 군인 레이펑(雷锋)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당국은 그의 전설을 이용해 시민들이 열심히 노력하도록 격려하고, 그의 사진 아래 메시지는 대중들에게 "레이펑의 정신을 계승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저우 지하철에서는 1호선과 4호선 일부 역에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테마 역을 조성하기도 했다.

정저우 지하철 얼치광장에 설치된 100주년 기념 홍보물. ⓒHenan Daily

중국 거리 곳곳에서 100주년을 기념하는 모습. ⓒ소후닷컴

지난 17일 우주비행사 3명을 태운  ‘선저우(神舟) 12호’ 발사 당시에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쁘게 맞이한다’는 표어가 등장했다. 현장에선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애국주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유인 우주선 발사를 통해 국가 위신을 끌어올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17일 선저우(神舟) 12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3명이 인사를 하는 모습. ⓒ소후닷컴

톈진의 한 초등학교에서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 기념회를 열렸다. ⓒlanzhuanjia

한편 다음 달 기념일 행사에서는 중국 최고의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당의 창당을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주요 당원들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특별 훈장을 받게 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