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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국내표준’ 충전용 어댑터 출시 돌연 하반기로 미뤄

중앙일보

입력

올 초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Y’. [뉴스1]

올 초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Y’. [뉴스1]

테슬라가 올 상반기(1~6월) 내놓기로 했던 충전용 어댑터의 출시일을 돌연 미뤘다. 테슬라는 독자적인 충전규격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전기차 표준규격(DC콤보)에 맞추려면 별도의 연결장치(어댑터)가 필요하다. 국내 표준과 호환 가능한 어댑터를 통해 급속충전까지 기대했던 테슬라 차주 상당수는 이번 조치에 실망하고 있다.

차주들 “테슬라 독자 충전규격 불편”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2021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CCS1(DC콤보) 충전 어댑터의 출시가 하반기로 연기됐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테슬라코리아는 “충전 경험 향상을 위해 상반기 DC콤보 충전 어댑터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출시 시기를 미뤘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 표준규격인 DC콤보는 독일·미국에서 처음 고안된 방식이다. 현대차 계열뿐 아니라 GM이나 폴크스바겐·BMW 등도 사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른바 ‘해골포트’로 불리는 주입구에 충전 케이블을 꽂는 독자 규격(NA)을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다. DC콤보용 충전기를 쓰려면 일단 어댑터를 끼워야 한다. 애플 아이폰을 삼성 액서세리로 충전할 때 애플 규격(라이트닝 포트)과 안드로이드 폰 충전규격(USB-C 포트)을 이어주는 젠더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 350킬로와트(㎾)급 고속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충전소 E피트를 전국에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테슬라 차주의 불만은 커졌다. E피트는 한국 표준인 DC콤보를 채택했기 때문에 테슬라 전기차는 어댑터가 있어야만 충전이 가능하다. 한 테슬라 차주는 “애플도 아이패드에는 USB-C를 쓰는데, 테슬라는 충전용 어댑터마저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5월에 정부 인증까지 받았는데 왜? 

사실 테슬라코리아는 DC콤보와의 호환을 위해 올 5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충전용 어댑터에 대한 KC 인증을 받았다. 유럽만 하더라도 지난해부터 같은 어댑터를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다만, 정부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충전소를 이용할 때 제약이 불가피하다.

네이버에서 77만원에 판매하는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 유럽용 제품을 일반인들이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네이버에서 77만원에 판매하는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 유럽용 제품을 일반인들이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테슬라코리아가 기존 어댑터의 재고 떨이를 위해서 DC콤보용 어댑터 출시 시기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테슬라코리아가 기존에 판매했던 DC차데모 어댑터의 판매가격을 61만4000원에서 44만5000원으로 할인했기 때문이다. DC차데모는 일본에서 개발한 직류전원 충전방식으로 DC콤보보다 충전 시설이 훨씬 적다. 현재 환경부가 운영하는 충전기 중 DC콤보 방식은 4771기, 차데모 방식이 1922기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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