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을 즐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찻집이나 카페를 찾는 것이다. 하동은 차(茶)의 고장이다. 하동 땅에 150곳이 넘는 다원이 있다. 차밭은 스스로 그윽한 풍경이자, 차 한 잔 즐기며 쉬어가기 좋은 쉼터가 돼준다.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카페도 수두룩하다.
7대를 이어온 맛과 향 – 도심다원
하동에서도 습기가 많고 일교차가 큰 화개면 비탈에 차밭이 몰려 있는데, 저마다 뿌리 깊은 역사를 지녔다. 7대를 이어온다는 ‘도심다원’이 그중 하나다. 차밭 언덕에 올해부터 찻집을 내 손님을 맞고 있다.
메뉴는 딱 두 가지. 우전(4월 초중반에 여린 찻잎을 채집해 덖은 햇녹차)과 세작(4월 말 채집해 덖은 녹차)만 판다. “대를 이어 지켜온 야생차의 맛과 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메뉴”라고 7대 오재홍(42) 씨는 말한다.
실내에도 자리가 있지만, 차밭 일대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야외 정자가 인기가 많다. 녹차와 다기, 간식과 피크닉 매트 등을 담은 차 바구니 세트(2만원)를 빌리면 야외 정자를 1시간 빌릴 수 있다. 차밭 한편에 천 년 차나무의 후계목이 있다.
초록빛 차밭에 풍덩 - 매암제다원
매암제다원은 1968년부터 3대째 차를 덖는다. 2만800㎡(약 6300평) 규모로, 전국의 이름난 다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차밭에 딸린 옛집 덕에 운치가 남다르다. 입구 목조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적산가옥으로 95년 세월을 버텼다. 조선총독부 산림국 산하의 임업시험장 관사로 쓰다 해방 후 다원 소유가 됐고, 지금은 차 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낡은 목조 주택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 연둣빛 차밭을 품은 평온한 전망 덕에 젊은 층 사이에서도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인스타그램에 ‘매암제다원’을 검색하면 2만 개가 넘는 인증사진이 쏟아진다. 대개 차박물관의 평상 마루에 앉아 인증사진을 담아간다. 마루에 앉으면 뒤로 연둣빛 차밭에 내려다보인다. 옛 농막을 찻집으로 꾸민 매암다방에서 여러 차를 맛볼 수 있다. 물봉선화 향을 닮은 ‘매암홍차(5000원)’가 대표 메뉴. 차 박물관과 차밭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골라 먹는 재미 - 쌍계명차
쌍계명차는 김동곤(73) 차 명인이 1975년 설립한 제다원이다. 야생차 위주의 다양한 차 제품과 한약재를 이용한 한방차를 두루 생산한다. 5년 전 화개장터 옆에 2층짜리 찻집 겸 박물관을 세웠는데, 어느덧 하동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일단 눈이 즐겁다. 다른 맛과 향을 지닌 100여 종 차와 차관‧찻종‧찻숟가락 등 아기자기한 다기가 가게를 가득 채운다. 2층 전시 공간에는 가야 토기를 비롯해 청자와 백자, 다식과 떡살 200여 점, 찻잔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우전(8000원) 외에 와플을 곁들인 차 세트(1만원), 녹차 빙수(8000원) 등이 인기 메뉴로 통한다.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이 한눈에 – 스타웨이 하동
하동 악양면 성제봉(형제봉, 1115m) 남쪽 언덕(170m)에 자리한 카페 겸 전망대. 발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워크(길이 390m)를 지나 실내 카페로 드는 구조다. 스카이워크에 서면 발밑으로 바로 섬진강과 동정호수가 곧장 내려다보인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도 눈앞에 펼쳐진다. 뷰 하나만 놓고 보면 성제봉 정상 못지않다. 하동에 들른 기념으로 인증사진 필요하다면 필히 들러볼 만한 장소다.
실내엔 카페 외에 전시 공간과 컨벤션 홀이 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전망을 누리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좋은 명당이. 입장료 3000원을 받는다. 스타웨이 하동에서 비탈길을 따라 10여 분 더 올라가면 신라 시대 산성인 고소성이 나온다. 해발 300m 정도 능선을 따라 성곽이 이어진다.
정원이 아름다운 – 더로드101
화개장터와 쌍계사 사이, 이른바 ‘십리벚꽃길’을 찾은 관광객 상당수가 들렀다 가는 베이커리 카페. 하동 카페들 가운데 SNS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다. 너른 계단식 정원을 품고 있어 야외 자리가 실내보다 인기가 좋다.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큰데, 소나무 50그루가 정원 곳곳에 서 있고, 실내외 연못에 잉어 수십 마리가 살고 있다. 가게 한편에서 분재와 허브 등을 판매한다. 하동 녹차를 개어 만든 지리산 라떼와 매일 직접 구워내는 마들렌이 시그니처 메뉴다.
하동=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