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8조 잭팟'? 라이벌 러시아 탈락, 이젠 외교전 변수

중앙일보

입력 2021.06.21 05:01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 수주전이 한국·미국·프랑스 3파전으로 좁혀지면서 우리 기업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프랑스와 비교해 최근에 해외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있어 수주전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현지시간)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체코 산업통상부에서 열린 '한-체코 원전 및 첨단산업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18일(현지시간)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체코 산업통상부에서 열린 '한-체코 원전 및 첨단산업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8일(현지시간)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와 만나 본격적 원전 수주 활동을 시작했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2040년까지 1000㎿급 원전 1~2기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두코바니 원전 1기를 내년까지 발주한다. 사업비만 60억 유로(약 7조87000 억원)로 내년과 2023년 사이 최종 입찰사를 정할 계획이다.

원래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동유럽 국가는 대규모 차관을 지원하는 러시아에게 원전 건설을 맡겨왔다. 하지만 지난 4월 체코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러시아와 중국을 신규원전사업 잠재 공급국에서 배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는 원전은 물론 천연액화가스(LNG)에서도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가 체코전력공사 직원에게 입찰 핵심정보를 불법 입수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반러 정서가 커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한수원에 따르면 빠르면 이번 달 내로 체코 정부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에만 입찰 자격심사에 해당하는 안보평가 질의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실제 18일 바비쉬 체코 총리는 문 장관과 만남에서 “한국은 안보 리스크가 없고, 중국·러시아의 체코 원전사업 참여에 반대했던 야당들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어, 한국의 입찰 참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신 해외 건설, 낮은 비용도 강점 

2018년 3월 건설이 완료된 바라카 원전 1호기(오른쪽) 모습. 왼쪽은 2호기. 연합뉴스

2018년 3월 건설이 완료된 바라카 원전 1호기(오른쪽) 모습. 왼쪽은 2호기. 연합뉴스

강력한 경쟁자였다가 탈락한 러시아를 빼놓고도 한국 원전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경쟁국과 비교해 가장 최신 해외 원전 건설 경험이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은 올해 4월 상업운전을 처음 개시해 성공적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과 경쟁상대인 미국과 프랑스는 원전 준공일도 맞추지 못하는 등 건설 능력이 뒤처졌다는 평가다. 실제 프랑스 아레바가 2005년 수주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은 원래 계획보다 10년이나 지연시켰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도 미국 캘리포니아 서머와 조지아 보글 원전 건설을 5년 지연시켰다.

한국 원전의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체코 공영 방송 '라디오주르날'은 “한수원 ㎾당 건설비용은 3717달러로 프랑스 7809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미국 1만1638달러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프랑스 업체는 원전 건설 생태계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에 기술력이 있는 한국 기업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수주 국가 대항전…대통령 나서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호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원전 수주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원전 수주전이 국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 대항전이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이 없는 한국에게는 오랫동안 유럽에 원전을 수출 해온 프랑스가 강력한 경쟁 상대다. 자국 원전 산업 부활을 추진하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국력을 앞세워 수주전에 뛰어든다면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 한·미가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에 합의했지만, 입찰 참여 업체 간 경쟁을 원하는 체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이번에는 한·미가 독자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국내 탈원전 정책도 원전 수출 산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원전은 단순 건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영과 유지 보수관리까지 최소 50~100년 가는 장기 계약 산업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이전 및 관리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축소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 선뜻 수출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 중립 추세에 따라 동유럽 국가 원전 건설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체코 원전 수주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이제 탈원전 정책은 의식하지 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원전 수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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