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번화가에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을 광고하는 선정적인 포스터가 붙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홍익대나 이태원 인근에서 A 앱 광고를 접하고 놀랐다는 내용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A 앱은 남성 성 소수자 전용 즉석 만남 앱으로, 광고 포스터에는 별다른 문구 없이 남성끼리 입맞춤하는 모습이나 신체 일부가 부각된 모습 등 성적 어필을 강조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A 앱 광고 목격담은 여기저기서 나온다. 대학가인 홍대, 이대 인근 버스정류장부터 이태원 거리까지 불특정 다수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붙어 있다. 시내 곳곳에서 이 광고를 접한 사람들은 ‘처음엔 무슨 광고인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합정역 인근에서 이 광고를 봤다는 박모(31)씨는 "처음엔 웹툰 광고인가 싶었는데 검색해보고 놀랐다"며 "앱 광고를 할 순 있는데 꼭 저렇게 자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B와 같은 이성애자 데이트 앱도 사실상 하룻밤 상대를 찾는 앱이라지만, ‘동네 친구 만들기’로 광고하지 않나”“어린아이도 다 볼 수 있는 곳에 부착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강제 아우팅 위험성…삭제하는 이용자도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앱 제작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다. 위치 기반으로 운영되는 이 앱은 설치 시 주변 이용자가 검색되는데, 이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는 ‘아우팅’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우팅은 자신이 직접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커밍아웃’과는 반대의 의미다.
한 40대 남성은 “나 같은 사람은 괜찮지만, (광고를 본) 스트레이트(일반인)들은 거부감을 느낄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A 앱은 성 소수자 인권을 위한 행사도 아니고, 성관계가 목적인 앱이다 보니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앱 측은 이러한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포스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회원권 등을 증정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음지에 머무는 건 능사 아냐”
일각에선 이성애자들을 겨냥한 노골적인 광고에는 익숙하면서 왜 유독 성 소수자에게만 박하냐는 반발도 있다. 성 소수자 인권 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성 소수자 문화를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광고가 말하고 싶은 바를 분명히 하고,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나왔으면 나았을 듯싶다”면서 “그런데도 이런 시도는 필요하다. 성 소수자 문화가 음지에 ‘안전하게’ 머무르는 건 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심기용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다움) 운영위원은 “이런 앱이 양지로 올라왔을 때 (이용자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지만, 최근 SNS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하는 성 소수자도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변화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성 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있어 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우팅에 대한 공포 자체가 성 소수자 차별적인 사회환경에서 겪는 그들의 고충”이라며 “(이런 광고에) 상대적으로 수용적인 입장이든 비판적인 입장이든, 성 소수자 차별이 이 같은 입장차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