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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여당은 경제효과 크다는데, 경영계는 생산차질 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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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빨간 날’을 마다하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티브릿지코퍼레이션은 최근 성인 101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응답자의 72.5%는 대체 공휴일을 늘리는 데 찬성했다. 법정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평일에 하루를 쉬는 제도다. 현재는 설·추석 연휴나 어린이날이 주말과 겹치면 평일에 하루를 대체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 400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응답자의 89.1%는 “(추가로) 대체 공휴일 지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체공휴일 확대 득과 실 논란 #여당 “소비확대 등 경제효과 4조” #재계 “공장 돌리지 못해 28조 손해”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 준다고 반대 #일부선 “자영업자 고통 고려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대체 공휴일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6일 ‘공휴일 법제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와 경영계·노동계의 의견을 들었다. 지난 17일에는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대체 공휴일 관련 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행안위는 오는 22일 법안심사 소위에서 관련 법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대체공휴 시행' 올해 남은 공휴일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체공휴 시행' 올해 남은 공휴일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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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네 번의 대체 공휴일이 추가로 생긴다. 법정 공휴일이면서 주말과 겹치는 광복절(8월 15일)과 개천절(10월 3일)·한글날(10월 9일)·성탄절(12월 25일)이다. 국민의힘도 대체 공휴일 확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모두 인기몰이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대체 공휴일을 추가하면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체 공휴일을 (추가로) 지정하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4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소비 지출 증가액은 2조1000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3만6000여 명이라고 제시했다. 이런 계산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대체 공휴일이 나흘 늘어날 때 경제적 효과는 16조원에 이른다.

윤 원내대표 주장의 근거는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다. 정부는 지난해 광복 75주년을 맞아 광복절 주말 직후 월요일(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8·17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임시공휴일에 쉬고 ▶1인당 평균 8만3690원씩 더 쓴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하루 소비 지출 증가액은 2조900억원이다.

보고서는 숙박·음식업 등에서 생산 유발 효과가 4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숙박업 1조800억원 ▶운송서비스업 1조500억원 ▶음식업 1조5500억원 ▶오락·문화서비스업 5200억원이다. 공휴일에 외식이나 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지면 혜택을 받는 업종이다.

권태일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도 경기 불황 때 내수와 일자리를 위해 공휴일을 늘린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쇼핑 등으로 소비가 직접 늘어나는 부분만이 아니라 휴식에 의한 노동 생산성 향상 같은 무형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공휴일을 확대하면 산업 현장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3년을 기준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경총은 공휴일에 공장을 돌리지 못하면 28조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휴일에도 공장을 돌리려면 근로자들에게 휴일근무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지급해야 한다. 그만큼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같은 반시장적 노동 정책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환경이 악화한 상황”이라며 “대체 공휴일 확대가 고용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설·추석·어린이날의 대체 공휴일을 도입하면서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관련 내용을 반영했다. 대통령령은 국무회의 의결로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보다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달 초 수출입 동향을 발표한다. 이때 공휴일 등을 제외한 조업 일수를 따져 하루 평균 수출액을 계산한다. 공휴일이 하루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게 수출기업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체 공휴일 확대는 휴일을 늘리면 무조건 경제가 성장한다는 ‘휴일주도성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휴일에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업종도 있지만 반대의 업종도 있다. 이런 부분을 차감한 순수 경제 효과까지 여당이 면밀하게 따졌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의 충격이 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영업자들이 많은 숙박·음식업 등은 대체 공휴일 확대로 혜택을 받는 업종에 속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체 공휴일을 확대하면 공급자(생산 기업)의 비용도 증가하지만 소비 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소비 지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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