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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골드키위 비타민C는 활력 충전…그린키위 식이섬유는 장 튼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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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의 대표적 건강 효능은 항산화 능력이다. 항산화 영양소인 비타민C가 키위에 유독 풍부해서인데, 골드키위(개당 100g 이상)의 경우 100g당 비타민C가 152㎎에 달해 키위 하나만 먹어도 하루 권장 섭취량(100㎎)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키위의 항산화 능력은 여느 과일보다 앞선다는 사실이 연구에서 입증됐다.

키위의 건강학 #항산화 능력 포도·딸기보다 탁월 #키위 속 식이섬유 혈당 상승 막아 #영양소 밀도 1위 ‘저포드맵’ 과일

미국 농림부 산하의 아칸소 아동영양센터 연구팀이 건강한 여성 7명을 대상으로 키위·포도·딸기를 하루에 약 300g씩 먹도록 한 뒤 항산화 성분의 효능을 나타내는 ORAC(유해 산소 흡수 능력)값을 측정한 결과 키위는 12.5였지만 포도는 4.2, 딸기는 1.7에 그쳤다. 노화와 만성질환의 주범인 유해 산소를 없애는 키위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키위에 풍부한 비타민C는 트립토판 합성에도 기여한다. 트립토판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만들어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고 숙면을 유도한다. ‘영양과학 저널’(2013)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타고대 마거릿 비세르 교수팀이 우울증을 겪는 기분장애 환자에게 골드키위를 하루 2개씩 4주간 먹게 했더니 이들의 피로감이 38%, 우울감이 34% 줄어들고 활력은 31% 증가했다.

고기 먹은 뒤 디저트로 좋아

키위는 소화를 돕고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도 공을 세운다. 우선 키위가 가진 비밀 병기인 ‘액티니딘’ 때문이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액티니딘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로, 육류·유제품·콩 같은 단백질 식품의 소화를 도와 ‘천연 소화제’로도 불린다”며 “키위를 육류 요리에 넣거나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곁들이면 식후 더부룩한 증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키위에는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식이섬유가 많다. 그린키위의 경우 100g당 식이섬유가 2.3g으로 여느 과일 중에서도 풍부하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식이섬유는 체내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부풀 때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고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쾌변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영양 약리학과 치료법’(2019)에 따르면 영국 노팅엄의대 빅토리아 스미스 교수팀은 건강한 성인 1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군은 3일간 매일 키위 2개를 간 주스를, 대조군은 키위 주스와 똑같은 당도의 설탕물을 마시게 했다. 이후 식사(1000㎉)한 뒤  7시간 동안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대장의 부피를 관찰했다. 음식을 소화하는 동안 대장의 부피가 커질수록 수축·이완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측정 결과 키위를 먹은 그룹은 대조군보다 대장이 17%, 상행결장은 19% 더 부풀었다. 키위 섭취로 장의 수축·이완 작용이 활발해진 것이다. 또 이들이 대변을 본 횟수는 하루에 1.5회로, 대조군(1.1회)보다 많았다.

 키위는 혈당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달콤한 맛이 강해 혈당지수(GI)가 높은 과일로 오해받기 쉽지만, 알고 보면 정반대다. 그린키위와 골드키위의 혈당지수는 각각 39점, 38점으로 저혈당 식품 기준치인 55점에 크게 못 미친다. 키위의 혈당지수가 낮은 건 풍부한 식이섬유가 위·장 내에서 수분을 빨아들이며 팽창할 때 다른 음식물을 감싸 안아 소화 속도를 늦추고 혈당의 급상승을 막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스미스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키위 속 식이섬유 1g이 빨아들이는 물의 양은 13mL로 사과 속 식이섬유의 6배, 변비 완화제(실리움)의 1.5배에 해당한다. 키위 한 개에 식이섬유가 약 2.3g 이상이므로, 키위 한 개를 먹으면 물 30mL 이상을 빨아들여 상당한 양의 혈당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 숙성한 뒤 냉장 보관

이 밖에도 키위에는 뼈 건강을 유지하는 칼슘,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 태아 기형을 예방하는 엽산 등 영양소가 가득 들어 있다. 미국 영양학회가 흔히 먹는 과일 27종의 ‘영양소 밀도’를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영양소 밀도 1위의 과일은 키위로 나타났다. 영양소 밀도란 100g당 필수영양소의 함량을 열량(㎉)으로 나눈 수치로, 수치가 높을수록 영양소가 풍부하다. 골드키위(20.1점)와 그린키위(15.2점)의 영양소 밀도는 사과(3.5)나 블루베리(4.3)와 차이가 크다. 또 100g당 17가지 비타민·미네랄을 합친 ‘영양소 적정도’도 골드키위(13.4~18.7)와 그린키위(11.4)는 블루베리(2.9)보다 우수하다. 키위는 열량도 부담 없다. 그린키위는 개당 약 45㎉, 골드키위는 약 55㎉다. 미국 예일대 부속 연구소에서 식품 2만여 종의 영양소 순위를 매긴 결과에서도 생선 중 연어, 과일 중 키위가 1위를 차지했다.

키위는 지난해 5월 세계적 연구기관인 호주 모내시대로부터 과일 중 최초로 ‘저(低)포드맵’ 식품으로 인증받았다. ‘포드맵(FODMAP)’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대장 속 박테리아와 만나 발효해 복통, 복부 팽만감, 가스, 설사,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올리고당·이당류·단당류·당알코올 등 특정 당 성분을 가리킨다. 김 교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궤양성 장 질환, 크론병 등을 앓는 환자라면 키위 같은 저포드맵 식품 섭취가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키위는 익을수록 단맛이 강해지는 후숙(後熟) 과일이다.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고 말랑말랑한 것이 가장 잘 익은 상태다. 구매 후 1~2일 서늘한 곳에서 후숙한 다음 다른 과일과 분리하여 냉장 보관하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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