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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명령서’ 사인한 김정은, 군량미 풀어 식량난 해결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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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노동당 8기 3차 회의 셋째날 본인이 서명한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노동당 8기 3차 회의 셋째날 본인이 서명한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인의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고 있는 사진을 북한 매체들이 18일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15일부터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를 열었는데 회의 셋째 날(17일) 논의 결과를 소개하면서다.

북한 “인민생활 안정 위해 친히 서명” #전시 예비물자 푸는 명령일 가능성 #김정은 “대화도 대결도 준비” 언급 #성김 미국 대북대표 23일까지 방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본인의 이름을 흘려 쓴 ‘백두산체’ 서명이 보이는 문건을 들고 일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보여줬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을 재가하는 내용이 담긴 김 위원장의 결재 문건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특별명령서를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러나 특별명령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은 “인민생활 안정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려는 충심으로 친히 서명한 특별명령서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는데 식량문제 해결과 관련한 내용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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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전시 예비물자를 인민들에게 공급하라는 특별명령서에 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20일 결과 분석 자료에서 “지난 11일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전시 예비물자 공급에 대한 토의를 한 뒤 17일 전원회의에서 결정하고, 국무위원장 또는 당 중앙군사위원장(김정은) 명의의 명령 형식으로 식량을 공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회의에서 “지난해 태풍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가끔 오래된 군량미를 방출하고 나중에 채우곤 했는데 이번엔 공개적으로 진행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또 북·중 우호 협력조약 갱신이 이뤄지는 다음 달 11일을 전후해 양국 간 고위층 교류와 북한의 식량 지원 요청 가능성도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17일 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미 메시지에서 김 위원장이 ‘대화’를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9~23일 방한했다.

하지만 조만간 북·미 및 남북 대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밝힌 대북 정책의 핵심은 결국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단계적 접근인데 2019년 베트남 하노이 회담 ‘노 딜’에서 보듯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미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북한은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와 2016~17년 채택된 유엔 제재 5건을 해제하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를 핵미사일 보유 의도라고 판단해 거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방미 기간 중 성 김 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이라고 평가했지만 선물이 아닐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성 김 대표는 전형적으로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협상 스타일”이라며 “결과적으로 북·미 정상 간 역사적 만남이 물거품이 되는 과정을 경험한 성 김 대표 입장에선 이번엔 더욱 신중하고 단호한 단계적 접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성 김은 부시 행정부 때부터 북한 내에서 원칙론자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정용수·정진우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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