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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3D 프린터 활용한 대동맥류 수술, 시간 확 줄고 후유증 거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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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대동맥류는 대동맥 벽이 약해지면서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다 터지는 중증 질환이다. 증상이 모호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 흉부와 복부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흉·복부 대동맥류는 발생 부위를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대동맥치환술로 치료한다. 주요 장기와 조직의 혈액량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 심폐기를 가동하고 수술 시간도 평균 15~20시간으로 매우 길다. 사망률과 영구적 합병증 발생 빈도도 높아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큰 고위험 수술이다.

병원리포트 -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준범 교수팀

기존에는 수술 준비 과정에서 인조 혈관을 재건하고 수술 시 바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대동맥치환술이 진행됐다. 하지만 수술 당일 현장에서 의사가 맨눈으로 인조 혈관을 직접 재단·가공하는 만큼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3D 프린터를 이용한 ‘수술 가이드’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준범 교수팀은 흉·복부 대동맥류 환자에게 대동맥치환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3D 프린터로 제작한 인조 혈관으로 모의 수술을 진행한 결과, 실제 수술 시간은 줄이고 성공률은 높일 수 있었다고 최근 밝혔다.

김준범 교수팀은 2015~2019년 이 병원에서 수술받은 흉·복부 대동맥류 환자 중 혈관 구조가 매우 복잡해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분류되는 초고난도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애니메디솔루션과 함께 수술 2~3주 전 3D 프린터로 혈관 위치와 해부학적 형태를 반영한 ‘맞춤형 인조 혈관’을 만들어 모의 수술을 진행하고 실제 수술 결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3D 프린팅 수술 가이드를 활용해 수술받은 환자는 사망 환자가 한 명도 없었고 95%에서 영구적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술 시간은 평균 7시간으로 일반적인 수술 방식보다 절반 이상 단축됐다. 수술 중 인공 심폐기를 가동해야 하는 시간도 수십 분가량 단축됐다.

김준범 교수는 “난도가 높은 흉·복부 대동맥류 수술에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결과 수술 집중도와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향후 3D 프린터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고위험 수술에 따른 중증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과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해당 논문은 미국흉부외과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Seminars in Thoracic and cardiovascular Surgery’에 최근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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