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선연기 심야 진통 끝 민주당 지도부 "22일 의총 토론 후 결론"…계파간 난타전 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경선 연기파와 일정 사수파(이재명계)가 결국 의원총회에서 맞붙게 됐다. 20일 오후 8시30분부터 1시간 30분 가량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격론을 벌인 민주당 지도부의 결론은 “22일 의원총회 개최”가 전부였다. 오후 10시10분쯤 당사를 빠져나온 송 대표는 기자들에게 “좀 더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의총을 통해 당의 진로를 충분히 논의해보자는 요구가 있었고 의총 소집 요건도 갖췄으므로 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선연기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을 의총 이후로 넘긴 것이다.

송 대표는 애초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에서 경선 연기 논란을 매듭지으려다 연기파의 연판장 사태에 밀려 이틀간 판단을 미뤘다. 송 대표는 최고위 논의에 앞서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19일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는 잇따라 통화했고 최문순 강원지사, 박용진 의원 등과는 개별 면담을 했다.

그러나 이날 자리에서도 지도부 내 연기파(강병원·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와 일정 사수파(김용민·백혜련 최고위원 등)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윤호중 원내대표 역시 최근 경선 연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태였다. 의원총회에선 찬반토론 이후 자유발언 시간을 갖되 부동산 정책 의총 때처럼 찬반투표에 붙이진 않기로 했다. 다음의 고 수석대변인의 질의응답.

찬반투표를 않는 이유는. 
“의총에 정식 안건으로 올리지만 의총에 결정 권한이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논의는 할 수 있단 의미다.”
송 대표도 의총에서 개인 의견을 밝히나
“의원단 얘기를 잘 청취해서 지도부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견도 있으므로 대표가 선제적으로 얘기하진 않을 거다.”
23일부터 후보등록이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현재는 일정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정세균 전 총리(왼쪽)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식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선연기론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전 총리(왼쪽)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식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선연기론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날의 결론은 표면적으론 “의원총회서 토론하자”는 경선 연기파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경선 연기는 의총 논의 대상도 아니다”(지난 18일 민형배 의원)던 이재명계가 “의총에서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되는 것 자체가 당에 마이너스지만 70명 넘는 의원들의 요구를 등질 수 없는 지도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이재명계 핵심 의원)고 한발 물러서 가능한 타협이었다.

갈등의 초점인 경선 연기 문제를 6월 말 당무위원회에 붙일 것이냐를 둘러싼 전면전은 결국 의총에서 벌어지게 됐다. 이날도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당헌(88조 2항)을 둘러싼 해석 논쟁은 한층 더 가열됐다. 당무위는 당 지도부는 물론 당 소속 시·도지사와 시·도당 위원장 등을 포함한 100명 정도가 참여하는 당의 의사결정 기구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측은 연합전선을 폈고, 이 지사 측은 배수진을 쳤다. 정세균 캠프 대변인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경선 연기론을)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6월 중에 당무위를 여는 게 정도(正道)”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도 이날 “당 지도부는 열린 자세로 의총을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며 “당 지도부가 최소한의 논의 과정 요구조차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면 경선 일정 변경의 권한이 당무위에 있다는 당헌·당규를 정면으로 무시한 비(非)민주적 의사 결정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2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계는 “당무위 불가”에 마지노선을 그었다. 이재명계 김병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헌법인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라며 “당헌에서 규정한 ‘상당한 사유’는 상식적으로 선거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거운 사안일 때”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총은 말그대로 의견 수렴의 자리일 뿐”이라며 “당무위 회부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의견은 수렴하되 당 지도부가 ‘7월 경선 시작, 9월 후보 확정’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무위 개최 문제에 대해 고 대변인은 “당 일각의 당무위 개최 요구는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성급하게 하는 것에 대한 방어책 차원이라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며 “현재로선 정식 요구가 없으므로 당무위 소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 차원의 결론 없이 의총서 난상 토론이 벌어진다면 어느 캠프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립지대 의원들의 의견에 시선이 쏠릴 것”이라며 “아직은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고위에는 대선경선기획단 공동단장에 강훈식 의원(재선·아산을), 총괄 간사에 송갑석 전략기획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김효성·김준영·송승환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