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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윤석열 X파일’ 들고있나…고발인 조사않고 "자료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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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뉴스1

6월 1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접 수사하기 시작한 이후 열흘 넘게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고발인 조사 없이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기본적인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성급하게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는데, 수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고발인 조사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이른바 여권발 ‘윤석열 X파일’ 같은 수사 단서를 입수했기 때문에 늑장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고발인 조사 는 미루면서 김진욱 "플러스 자료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의 옵티머스 사건 등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의혹을 직접 수사하기 결정하고 정식 입건한 이후 이날까지 고발인 조사 일정도 잡지 않았다. 고발인인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는 “공수처로부터 연락이 안 오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공수처가 고발인 조사를 생략하고 수사에 나섰을 때부터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수사할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윤석열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 중인 점 때문에 “공수처가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수처는 “불순한 목적은 없고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수사에 착수한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13조 2항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발인 조사 등’ 기초조사를 통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공수처는 “사전에 고발인 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고발인 조사를 해도 되고 다른 방법의 기초조사를 해도 된다는 의미”라고 밝힌다.

다른 방법의 기초조사로 충분한 수사 단서를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고발인 조사를 해봐야 언론에 관련 내용이 대서특필되며 논란만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방법의 기초 조사는 어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입건할 당시 고발장 외 플러스 자료가 있나”라고 묻자, 김 처장은 “수사 사항이라 자세히는 알릴 수 없지만 ‘있다’”라고 답했다.

여의도에 도는 ‘尹 X파일’…장성철 “방어 어렵겠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윤석열 X파일을 입수한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이미 국회 안팎에서 해당 파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야권 인사로 꼽히는 장성철 공감과논쟁센터 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윤 전 총장 본인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파일 일부를 입수해 보니 윤 전 총장이 방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이동훈 대변인은 20일 돌연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하기도 했다. 대변인에 임명된 지 열흘 만이다. 다만 이 전 대변인은 “사퇴와 윤석열 X파일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그만 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왼쪽)과 이 전 논설위원의 사퇴로 단독 대변인이 된 이상록 전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그만 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왼쪽)과 이 전 논설위원의 사퇴로 단독 대변인이 된 이상록 전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연합뉴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윤석열 X파일을 확보했느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공수처장의 18일 국회 법사위 답변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쪽에선 “공수처가 어떤 이유에서건 수사에 착수한 이상 최대한 신속하게 고발인 조사 등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3조 2항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예단이나 편견 없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 또한 대선 정국이 사실상 펼쳐지기 시작한 상태라 공수처가 대선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걸 피하려면 더욱 속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태영 교수 “일단 검찰로 사건 넘겨야”

공수처가 사건을 일단 검찰로 넘겨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미 지난해부터 윤 전 총장 본인 및 가족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부패수사2부는 윤 전 총장 부인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사건 개입 의혹, 김씨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형사13부는 윤 전 총장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검사장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수수 사건 무마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상설화된 특검 성격이 강한 만큼 정치인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결정할 때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된 경우에만 나서야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윤 전 총장 사건은 여·야 합의가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사건을 일단 검찰에 넘긴 뒤 더 이슈화되고 ‘검찰이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을 때 다시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와도 늦지 않다”라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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