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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일 365억원 규모 미술 경매, 희귀작까지 쏟아져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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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Le couple au-dessus de Paris, oil on canvas, 64.8x80.5cm(25), 1980년대.[사진 서울옥션]

마르크 샤갈, Le couple au-dessus de Paris, oil on canvas, 64.8x80.5cm(25), 1980년대.[사진 서울옥션]

올해 들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매달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의 상반기 마무리 경매가 22~23일 열린다. 22일 먼저 열리는 서울옥션엔 총 204점, 230억 원어치의 미술품이 출품됐고 이튿날인 23일 열리는 케이옥션엔 총 154점, 135억원 규모의 미술품이 출품됐다. 이틀간 열리는 경매 규모만 365억원이다. 양대 경매사의 1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진 모양새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경쟁 #추정가 35억원 샤갈 그림도 #1세대 여성화가 백남순 작품 #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서울옥션은 지난해 처음으로 케이옥션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사단법인 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옥션 낙찰총액은 약 517억 4000만원, 서울옥션은 434억원이었다. 서울옥션은 해외법인 홍콩경매가 무산되면서 매출이 줄어들며 2위로 밀려났다. 그 여파로 올들어 1위를 놓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데다, 최근 미술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그동안 좀체 시장에 나오지 않던 작품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이번 경매에 서울옥션은 이중섭의 1954년작 '가족'(41.2×28.8㎝)을 비롯해 샤갈, 독일 추상화 대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 등을 내세우며 몸집을 키웠고 케이옥션도 이에 질세라 김환기의 뉴욕시대 점화 작품 '4-XI-69 #132'과 한국 1세대 여성화가 백남순의 작품 등 희귀 작품 등을 내놨다.

샤갈 그림 추정가 35억원

우선 서울옥션 경매에는 한국 근대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1916~1956)이 말년에 그린 '가족'(1954)이 나왔다. 화면의 리듬, 이중섭의 선묘와 색채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추정가는 약 15억원이다.

 이중섭, 가족, oil on paper, 41.2x28.8cm(6), 1954,[사진 서울옥션]

이중섭, 가족, oil on paper, 41.2x28.8cm(6), 1954,[사진 서울옥션]

김환기, 27-XI-71 #211, 코튼에 유채, 176.3x126.3cm, 1971,추정가 30억~45억원..[사진 서울옥션]

김환기, 27-XI-71 #211, 코튼에 유채, 176.3x126.3cm, 1971,추정가 30억~45억원..[사진 서울옥션]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1913~1974)의 뉴욕시대 작품은 경매 추정가 30억~45억원에 나왔다. 이번 출품작 '27-XI-71 #211'(1971)은 뉴욕시대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전면 점화 추상회화로, 여느 작품과 달리 화면 가득 채운 점에서 다양한 색감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또 다른 추상화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영혼'(1965)은 추정가 8억~12억원에, 백남준(1932~2006)의 'Tower'(2001)는 추정가 14억~18억원에 나왔다.

해외 걸작으론, 추정가 23~35억원에 나온 샤갈 작품이 눈에 띈다. 샤갈의 하늘을 나는 연인을 그린 ‘파리 위의 커플’(Le couple au-dessus de Paris)이다. 지난 5월 케이옥션엔 샤갈의 ‘생 폴 드 방스의 정원’(1973)이 42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고미술품으론 겸재 정선(1676~1759)의 무르익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동작진(銅雀津)이 추정가 1억 5000만~3억원, 일제강점기 서예가이자 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의 세로 1m, 가로 3m가 넘는 대작 '해금강총석도(海金剛叢石圖)'(1920)는 3억 2000만~5억원에 나왔다.

1세대 여성화가 백남순 희귀작품도  

백남순 , 한 알의 밀알, 캔버스에 유채, 91x91cm, 1983. [사진 케이옥션]

백남순 , 한 알의 밀알, 캔버스에 유채, 91x91cm, 1983. [사진 케이옥션]

 김환기의 뉴욕시대 점화 4-XI-69 #132 ,코튼에 유채, 76.5x61cm, 1969. [사진 케이옥션]

김환기의 뉴욕시대 점화 4-XI-69 #132 ,코튼에 유채, 76.5x61cm, 1969. [사진 케이옥션]

케이옥션에도 김환기의 뉴욕시대 점화 작품 '4-XI-69 #132'이 추정가 15~18억원, 뉴욕시대 십자구도 작품 '무제'가 7~9억 원에 경매에 나왔다.

이중섭의 스승으로 알려진 백남순(1904~1994)이 1983년에 그린 '한알의 밀알'도 경매에 나왔다. 백남순은 나혜석과 함께 한국 1세대 여성화가. 한국 여성 최초로 파리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미술가전람회에 입선한 인물로, 1930년 파리에서 만난 예일대 출신의 화가 임용련과 결혼해 부부 작품전을 열기도 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백남순의 1937년 작 '낙원'이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상반기 마무리 경매
미술시장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두 달에 한 번꼴로 열려왔던 경매가 거의 매달 열리고 있는 것. 지난달 아트부산 등 아트페어에 불어든 바람도 뜨거웠다. 그만큼 시장에서 '그림'이 팔리고, 또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술시장이 이토록 달아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계 관계자들은 제일 먼저 '부동산보다 유리한 세금'을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각종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부담스러워진 데 반해 미술시장이 상대적으로 세금이 유리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 미술품은 부동산처럼 취득세와 보유세 부담도 없고 양도가세 또한 부담이 적다. 게다가 새로 개정된 소득세법이 올해부터 적용되는 것도 한몫한다. 미술품을 반복적으로 거래해 소득을 올렸더라도 이전 세율(최고 49.5%)의 절반도 안 되는 세율(22%)을 적용받게 된 것. 갤러리 관계자들은 "부동산보다 세금 리스크가 크게 줄면서 그림 거래가 더욱 활발해진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집이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 것. 미술품은 이제 일상 공간을 장식하는 것을 넘어서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요소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미술시장에 새로 진입한 2030 MZ세대의 역할도 크다. 한 경매사 관계자는 "지난 경매에서 젊은 부부가 와서 20억원이 넘는 작품을 낙찰받았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거래 이력이 없는 분들이라서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면서 "시장에 새 세대 컬렉터들이 진입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온라인 경매 확대로 경매 문턱이 더욱 낮아졌고 아트페어가 대중화하면서 젊은 세대가 미술시장에 한 걸음 더 들어왔다"며 "경매 현장에선 컬렉터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더욱 눈에 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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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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