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빌려주고 지각비 매일 5000원'…청소년 노리는 '댈입'

중앙일보

입력 2021.06.20 12:00

서울 선릉역 인근에 대부업체 직원들이 뿌린 불법 전단지들이 놓여 있다. [중앙포토]

서울 선릉역 인근에 대부업체 직원들이 뿌린 불법 전단지들이 놓여 있다. [중앙포토]

아이돌 그룹의 로고가 새겨진 인형과 사진집 등 아이돌 관련 상품(굿즈)을 구매할지 고민하던 중 A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리입금' 업자를 알게 됐다. 이자 20%를 내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다는 트위터 글을 보게 된 것이다.

업자는 "학생증으로 신분을 인증하면 최대 3일간 3만원을 빌려주겠다"고 했고, A군은 소액이라 괜찮다는 생각에 여러 명의 업자에게 돈을 빌렸다. 하지만 24시간마다 5000원씩 쌓이는 '지각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대출업자는 곧바로 A군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 대신 돈을 갚으라"고 협박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대리입금' 광고 게시물. [트위터캡처]

트위터에 올라온 '대리입금' 광고 게시물. [트위터캡처]

최근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고금리 소액 대출 영업에 나서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른바 '대리입금', '댈입' 등으로 불리는 불법 대부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업자들은 주로 아이돌 굿즈와 게임 아이템을 사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10만원 미만의 소액 대출을 내주며 지각비 등의 명목으로 연 1000% 이상의 고금리를 부과한다. 이자를 받아내기 위해 미리 받아둔 부모님 연락처로 전화를 거는 등 불법 추심도 서슴지 않는다.

번호 바꾸는 '메뚜기식 광고'로 규제 피해

금융회사를 사칭해 대출 상담을 해준다며 전화를 걸도록 유인하는 문자메시지 광고도 급증했다. '정책자금 지원 대출', '저금리 대환대출' 등의 문구를 사용해 취약계층의 어려운 사정을 악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또 전화번호를 2~3주 단위로 바꿔가며 이른바 '메뚜기식 광고'를 하고 있다. 금감원에서 불법 대부 광고를 적발하더라도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시키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이 20일 발표한 '불법 대부 광고에 자주 쓰이는 단어' [자료 금감원]

금감원이 20일 발표한 '불법 대부 광고에 자주 쓰이는 단어' [자료 금감원]

이런 업자들의 불법 대부 광고 적발 건수는 지난해 29만 8937건으로 2019년(24만288건) 대비 24% 늘었다. 금감원은 불법대부 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 1만1188건, 인터넷 게시글 5225건을 이용중지 혹은 삭제하도록 유관 기관에 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금감원은 피해 방지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협조해 불법 대부 광고 적발에서 조치까지의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청소년들이 불법 사금융 대응 요령을 배울 수 있도록 금융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금융회사 명의의 전화·문자·팩스 대출광고는 사칭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의하고 ▶‘누구나 대출’, ‘신용불량자 대출’ 등의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 불법대부 업자일 가능성이 높으니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7월 7일부터 연 20% 초과하는 이자 계약은 무효임을 명심하고 ▶미등록 대부업자로부터 피해 발생 시에는 금융감독원의 무료 변호사 지원제도를 활용하라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 포털 파인(fine.fss.or.kr)에 접속해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 업체 명단을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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