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처럼 팩트로 조지는게 트렌드"…'젊치인'의 거친 도발

중앙일보

입력 2021.06.20 09:00

업데이트 2021.06.20 12:0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젊치인'이 오면 깨워주세요."

"30대 대통령 외 않돼?"
청년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 Ways)의 '누울자리 캠페인' 문구 중 일부입니다. '외 않돼'를 읽는 데 불편함을 느끼셨다고요? 그러면 캠페인의 대상, MZ 세대가 아닙니다. 문법엔 맞지 않지만 젊은 층에서 '밈'(meme)처럼 쓰이는 문구죠.

[밀실]<제71화>
'젊은 정치인'을 만나다

뉴웨이즈는 '젊치인(젊은 정치인)'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곳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검색하면 #야눕자 #선젊포고 #여의어때 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등장합니다. 젊치인들이 누울 자리를 또래인 MZ 세대가 직접 나서서 만들어주겠다는 의미. 그만큼 한국 정치엔 청년은 없고 '꼰대'가 많다는 방증일 듯하네요.

봄은 오는 걸까요. 만 36세, 헌정 사상 첫 MZ 세대 야당 대표가 등장했습니다. 주인공은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 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청년들의 마음도 덩달아 들뜨고 있습니다. '출입금지' 구역처럼 여겨졌던 정치판에 어쩌면 더 많은 새싹이 자라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인데요.

하다못해 이 대표의 사소한 부분까지 화제가 되곤 합니다. 대표적인 게 가수 임재범의 히트곡 '너를 위해'(2000년)를 패러디한 연설인데요.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11일 당대표 수락 연설)
원곡과 한번 비교해 보시죠.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 의원,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조민경 인천 연수구 의원(왼쪽부터 순서대로)이 밀실팀과 인터뷰 하고 있다. 석예슬 인턴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 의원,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조민경 인천 연수구 의원(왼쪽부터 순서대로)이 밀실팀과 인터뷰 하고 있다. 석예슬 인턴

젊치인은 정말 거칠고 불안할까요? 이들의 '진짜 경쟁력'은 뭘까요? 밀실팀은 '이준석 신드롬' 훨씬 전부터 황무지를 가꿔온 2030 기초의원 두 명, 그리고 새로운 청년 정치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운 박혜민(28) 뉴웨이즈 대표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젊치인’의 거친 생각

정치 9년 차인 주이삭(33·서울 서대문구) 의원. 그에 따르면 젊치인의 경쟁력은 나이에서 오지 않습니다. 실행력과 '스마트함'이죠. 주 의원은 "젊다고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고 일을 시켜보면 빠릿빠릿하게 하는 사람인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정치는 명예나 권력이 아닙니다. 그냥 일을 잘 해내야 하는 직업입니다. 주 의원은 "일반 회사에서 내 나이라면 대리 정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일을 제일 잘하는 나잇대"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현장에는 예산서도 못 읽는 '어르신'들이 수두룩하다는 겁니다.

경험이나 연륜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요? '전국 최연소 기초의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조민경(29·인천 연수구) 의원도 주 의원에게 동의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적응이 빠르고 변화에 능하다"는 건데요. 경험과 연륜이 없다는 말도 가끔 듣지만, 그는 "의원이 되면 모두에게 똑같이 첫 경험"이라며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주 의원은 "이준석 대표처럼 '팩트로 조질 때 조지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 의원은 "청년들은 그동안 기존 정치권의 들러리 역할을 해왔다"면서 "나이가 어리면 맞는 말을 해도 싹수없다는 얘기나 들었던 우리지만, 이제 할 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호정 의원 SNS 캡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호정 의원 SNS 캡처

'청년 정치'를 보는 불안한 눈빛

나이 자체가 경쟁력이 아니라는 점 말고도 이들이 동의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프레임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주 의원과 조 의원은 "청년 정치인이라고 해서 청년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 모두를 위해 일하겠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건 이준석 대표도 마찬가지죠. "처음부터 기성 정치인을 지향했다. 청년 일자리나 청년 문제가 따로 존재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지난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준석 신드롬'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이준석 정치가 곧 청년 정치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정치의 모습을 지나치게 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의원도 "이준석 대표가 실패한다면 청년 정치의 실패가 아니라, 이준석 본인의 실패"라며 "청년과 이준석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그걸 지켜보는 MZ세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만 40세 미만의 '2030' 당선자 비율은 6%대에 그쳤다. 석예슬 인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만 40세 미만의 '2030' 당선자 비율은 6%대에 그쳤다. 석예슬 인턴

뉴웨이즈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바라봅니다. 현재 6.6%인 2030 기초의원 비율이 20%까지 늘어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의사 결정권자가 인구 비율과 비슷해져야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물론 쉽지 않은 꿈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박혜민 대표의 설명은 간단합니다. "부동산 주거 정책을 이야기할 때 MZ 세대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의 가족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하고 있는가, 그리고 의사결정 테이블에 다양성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가를 질문하면 돼요."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정치

도대체 더 많은 젊치인들의 등장을 위해 필요한 건 뭘까요? 두 의원의 하소연에 답이 있습니다.

"정치권에 빽이 없는 게 제일 어렵고, 그걸 뚫는 게 힘들어요." (주이삭)

"위로 잡고 올라갈 수 있는 황금 동아줄과 돈이 없었어요. 대학 졸업 후에 모아둔 돈 3170만원이 들었어요, 정확히." (조민경)

두 '풀뿌리' 의원이 어려움을 토로하자 박 대표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는 "정치 신인 젊치인들이 누군가의 '라인'을 타지 않고도 어떻게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와 지지세력을 제공하는 게 뉴웨이즈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각 지역구의 2030 유권자(※뉴웨이즈는 이들을 ‘캐스팅 매니저’라고 부릅니다)와 젊치인을 직접 연결해줘 당면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고, 이를 통해 지지 세력을 확장하는 방식이죠.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 ways)'가 기획한 '누울자리 캠페인'에서 만든 캐릭터. 사진 뉴웨이즈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 ways)'가 기획한 '누울자리 캠페인'에서 만든 캐릭터. 사진 뉴웨이즈

마지막 하나, 젊치인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있습니다. 청년의 목소리입니다. 2030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새 정치도, 젊치인의 등장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과연 내년 지방선거에선 더 많은 젊치인을 보게 될까요?

백희연·박건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영상=백경민, 석예슬·장유진 인턴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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