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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겪는 美, 물가도 들썩···'필립스 곡선'이 반가운 이유[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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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 금융팀장의 픽: 필립스 곡선

고장 났던 ‘필립스 곡선’이 다시 제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일까. 저물가의 강력한 자장 속 실업률의 변동에도 꿈쩍 않던 물가가 들썩이며, 실업률과 물가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강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에서다.

지난 4일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앞에 구인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5.8%로 4월의 6.1% 보다 낮아졌다. 5월 신규 일자리수는 55만9000개 늘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앞에 구인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5.8%로 4월의 6.1% 보다 낮아졌다. 5월 신규 일자리수는 55만9000개 늘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5.8%를 기록했다. 지난 4월의 6.1%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물가는 오름세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지난 4월(4.2%)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그동안 실업률이 큰 폭으로 떨어져도 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일자리가 늘어도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져 임금 상승 여력이 줄어든 데다, 고령층의 고용시장 참여가 늘면서 임금 상승률을 끌어내린 데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노동계의 영향력 약화 등도 실업률 하락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힘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다소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구인난 심화로 임금 인상 유인이 발생하고 있다. 미 노동부의 구인ㆍ이직보고서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930만건으로,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실제 고용 건수는 610만건에 그쳤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경우가 320만건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다.

뿐만 아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노동자 이직률은 2.7%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직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미국 CPI. [연합뉴스]

미국 CPI. [연합뉴스]

경기가 좋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요즘의 미국처럼 구인난도 생길 수 있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임금이 오르게 되고, 소비가 늘며 물가가 오르는 경로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올라가는 필립스 곡선이 돌아오는 듯한 모양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지난 1년 동안 통화 당국이 확인할 수 있었던 성과 중 하나는 통화완화를 통해 실업률과 물가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가 명확하게 확인됐다는 점”이라며 “필립스 커브의 복귀”라고 밝혔다.

필립스 곡선의 귀환은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통화정책의 판단 근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필립스 곡선 위에서 고용과 물가의 최적 조합을 선택해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1년여 앞당긴 전망을 내놓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시간표는 빨라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1일(현지시간)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하고 있다. [CBS 캡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1일(현지시간)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하고 있다. [CBS 캡처]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가 강한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당연한 것”이라며 “향후 노동시장이 매우 강할 것으로 예상돼 낮은 실업률과 높은 노동 참여율, 임금 상승 등 매우 긍정적인 노동시장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Fed의 두 가지 목표(완전고용과 물가)와 현실의 괴리는 아직 상당하다. 현재 실업률(5.8%)은 자연실업률(완전고용ㆍ4%)에 못 미치고, PCE 상승률(4월 3.6%)은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매의 발톱을 드러낸 Fed가 매의 넓은 날개를 펼칠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통화 당국의 복잡한 셈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수단인 ‘필립스 곡선’의 귀환이 반가운 것이다.

하현옥 금융팀장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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