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당장 연구소로 올 수 있나요?"
휴일 아침,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박사가
다급하게 횡성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 "대체 뭘 발견하셨길래…."
- "모자주홍하늘소를 발견했는데요. 짝짓기 중이네요."
- "제가 지금 달려가도 세시간은 족히 걸릴 텐데 그때까지 있을까요?
- "원래 짝짓기를 오래 하는 데다가 날씨마저 흐려서 움직임이 거의 없어요. 어떻게 보면 애들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죠."
'절호의 기회'라니 횡성으로 내쳐 달렸습니다.
당도하니 다행히도 어린 참나무 잎에서 짝짓기 중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사람이 있건 말건 미동도 없이
자기들 볼 일에 열중했습니다.
그 바람에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친구들을
바로 눈앞에서 오래도록 보는 횡재(?)를 했습니다.
이 친구의 이름이 모자주홍하늘소인 이유가 뭘까요?
이강운 박사가 알려주는 이름 유래는 이렇습니다.
"색이 고운 주홍색이라 주홍이 들어가고요.
딱지날개 끝에 중절모 모양의 멋있는 문양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모자주홍하늘소입니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친구를 발견하면 거의 미칩니다.
워낙 예쁘니까요.
이리 고우니 2000년에 우리나라 우표에도 등장했죠."
찾아보니 실제 우표가 있습니다.
곤충계의 모델인 겁니다.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니
생김새와 특성에 맞게끔 절묘하게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 땐 색과 문양에만 눈이 갔습니다만,
웬만큼 시간이 지나니 더듬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위에 있는 친구의 더듬이가 유난히 깁니다.
이 박사가 들려주는 더듬이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 하늘소류를 영어명으로 'Longhorn Beetle'이라고 합니다.
아주 긴 더듬이를 가졌다는 의미죠.
보셨던 것처럼 수컷은 더듬이가 굉장히 길고요.
상대적으로 암컷은 더듬이가 짧아요.
대부분의 경우 더듬이는 정보를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더듬이가 길고 굵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정보를 많이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암컷은 늘 숨어 있는 편이고
수컷은 암컷을 찾으려 돌아다녀야 하니
정보력이 많아야 하죠.
그래서 수컷이 암컷에 비하면 더 더듬이가 긴 겁니다.
계속 더듬이 앞에서 사진 찍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니
이 친구들이 성가셨나 봅니다.
급기야 나뭇잎 아래로 숨어들었습니다.
너무 오래 방해했나 봅니다.
자리를 피해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떠나려니 모자 문양 날개 딱지가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제대로 한 번만 더 보기로 했습니다.
땅바닥에 누웠습니다.
나뭇잎 아래에 있는 그들을 향해 우러렀습니다.
딱지날개에 쓴 중절모, 절묘합니다.
가히 중절모 쓴 곤충 계의 멋쟁이 신사,
모자주홍하늘소입니다.
모자주홍하늘소를 촬영하는 영상과
이강운 박사가 들려주는
모자주홍하늘소 이야기는 동영상으로 확인하십시오.
핸드폰사진관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 방송국 힙(Hib)과 함께
곤충을 포함한 생물 사진과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 업로드 합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