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없을까봐" 툭하면 회의…재택근무 생산성만 더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20 05:00

백신 접종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며, 재택근무가 시험대에 올랐다. 독일은 이달 말에 종료되는 기업에 대한 재택근무 지원책을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영국 정부도 현재 시행 중인 재택근무 권고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신 접종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며, 재택근무가 시험대에 올랐다. 독일은 이달 말에 종료되는 기업에 대한 재택근무 지원책을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영국 정부도 현재 시행 중인 재택근무 권고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재택근무는 더는 낯설지 않은 근무형태가 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자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기업들과 재택근무 유지를 원하는 직원들 간 줄다리기가 벌어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재택근무로 일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효율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1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생산성을 떨어뜨린 주범으로 지목된 건 늘어난 '내부 회의'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상사들이 불필요한 회의를 여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시카고대학의 베커 프리드먼 연구소는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을 측정하기 위해 아시아의 한 IT기업 직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2019년 4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소는 직원 컴퓨터에 설치된 업무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 직원들의 근무시간·집중시간·미팅시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난 뒤 총 근무시간은 약 30%, 초과 근무 시간도 약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사가 측정한 생산량은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은 약 20% 감소한 셈이다.

연구원들은 회사 내부 회의 등에 쓰는 시간 등이 늘어나면서 생산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줌 회의와 같은 팀 회의 횟수는 재택 이전 평균 주간 0.5회 수준에서 21.5회로 많이 늘어났다. 반면 관리자와 직원 간 1대1 미팅이나 직접적인 지시 횟수는 줄어들었다. 회의나 전화 등으로 방해받지 않고 두 시간 이상 연속 근무하는 시간 역시 주당 평균 34.5시간에서 32.7시간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늘어난 회의는 재택근무 중인 팀원들을 '감시, 점검'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관리자들이 팀원을 점검하고 팀원들이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의를 열고 있지만, 직원들이 평가나 교육, 지도를 받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변수는 자녀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직원은 자녀가 없는 직원보다 하루 평균 20분 더 오래 근무했다. 하지만 성과는 큰 차이가 없어 생산성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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