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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만봉 팔린다···순식간 260억 벌어들인 꼬북칩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성률 오리온 글로벌연구소 과장이 초코츄러스맛 꼬북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사진 오리온]

김성률 오리온 글로벌연구소 과장이 초코츄러스맛 꼬북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사진 오리온]

어지간해선 히트작을 내기 어렵다는 과자업계에서 요즘 하루에 10만 봉씩 팔리는 과자가 있다. 오리온의 초코츄러스맛 꼬북칩이다.

[잡썰⑮]김성률 오리온 ‘꼬북칩’ 과자연구원

꼬북칩은 오리온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네 겹 스낵’이다. 2017년 3월 콘스프맛을 출시한 후 지난달까지 국내외 누적 매출액이 2657억원에 달하는 메가 히트작이다. 오리온의 포카칩이 두께 1.4㎜ 미만의 홑겹 스낵이라면 꼬북칩은 네 겹이기 때문에 훨씬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2019년 말 인절미맛이 출시됐고 지난해 9월 초코츄러스맛이 나왔다.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사진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사진 오리온]

초코츄러스맛 꼬북칩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 과자’에 등극했다. 올 초까지도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중고거래앱 당근마켓에서 두세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오리온이 공장을 풀가동하며 차츰 나아졌다. 초코츄러스맛은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300만 봉을 돌파했고,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액도 260억원을 넘어섰다.

2016년 꼬북칩 개발과정에 참여한 후 초코츄러스맛까지 내놓은 주인공은 올해로 입사 10년 차인 김성률(34) 오리온 글로벌연구소 과장. 공식 직함은 연구소 과장이지만, 실질적으론 오리온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자 연구원’이다.

18일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만난 김 과장은 “초코츄러스맛이 이렇게 대박이 날 줄 몰랐다”며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웃었다. 초코츄러스맛은 사실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실패한 사례에서 나왔다.

그는 “2017년 꼬북칩 첫 출시 때 콘스프맛과 시나몬맛 두 가지를 냈다. 그런데 시나몬맛은 판매 저조로 몇 달 뒤 종산(생산 종료)했다”고 말했다. 시나몬맛에 아쉬움이 남았던 김 과장은 소비자의 호불호가 있는 시나몬에 초콜릿을 입혔고, 기존 꼬북칩과 원료도 달리했다. 콘스프맛은 옥수수 반죽으로 만들지만 초코츄러스맛은 초코렛 시즈닝(양념)에 옥수수 반죽이 만나면 바삭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밀가루 반죽을 썼다.

그는 “그동안 꼬북칩 새우맛·히말라야소금맛 등이 나왔지만 맛만 조금 바꿔서는 소비자에게 바로 외면받았다”며 “맛을 달리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만난 김성률 과장이 꼬북칩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리온]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만난 김성률 과장이 꼬북칩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 내부에서도 오감자(1999년), 예감(2000년) 이후 큰 히트작이 없다가 17년 만에 꼬북칩으로 제대로 된 히트작을 내 고무돼 있다. 꼬북칩은 오리온의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 포카칩 다음으로 월 매출이 높다. 과자업계에서도 꼬북칩과 허니버터칩(해태제과) 정도가 2000년대 최고 히트 스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과자는 신제품이 대박이 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 과장은 “1970년대 이후 웬만한 맛과 다양한 식감의 과자가 이미 수 천개가량 나와 있어 해가 갈수록 메가 히트 상품을 개발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이 소속된 오리온 스낵팀이 1년에 30여개의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이 중 시장에 살아남는 건 5개 미만이다.

꼬북칩도 2017년 세상에 나오기까지 꼬박 8년이 걸렸다. 현재 중국에 파견 가 있는 스낵팀의 신남선 팀장(수석연구원)이 꼬북칩 전체 개발을 총괄했고, 김 과장은 막판 합류해 가장 중요한 대량생산 공정을 완성했다.

그는 “보통 세 겹 과자까지 쉽게 만들지만 네 겹 만들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한 때는 네 겹 과자 공정은 불가능하다고 여겨 포기할 뻔 했다. 하지만 끈기를 갖고 계속 원료와 생산기술, 설비를 고쳐나갔다”고 말했다.

꼬북칩 콘스프맛은 현재 미국·호주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사진 오리온]

꼬북칩 콘스프맛은 현재 미국·호주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사진 오리온]

8년간 제품 테스트만 2000회에 100억여원이 투입됐다. 결국 네 겹 모양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공정인 반죽을 얇게 펴서 고르게 이동시키는 설비와 이를 활용한 제조 방법으로 특허 두 개를 받았다. 그는 “꼬북칩 첫 출시 이후에도 맛과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 공정과 설비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의 다음 신제품은 뭘까. 그는 “과자 연구원이다 보니 사람들이 뭘 먹고 마시는지 음식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면서 “요즘 젊은 층은 기존의 맛을 새롭게 경험하는 ‘뉴트로’에 열광하는 것 같다. 익숙한 맛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과자라고만 힌트를 드리겠다. 이달 안에 출시된다”고 귀띔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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