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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잔치’ 막 내리면 ‘빚잔치’…한국 경제 뇌관 된 ‘영끌 30대’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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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국제팀장의 픽: Fed의 태세전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talking about talking about)가 있었다.”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서 결국 ‘테이퍼링’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코로나 파이터’로 나섰던 연준이 슬슬 ‘인플레 파이터’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채비를 하겠다는 신호다.

코로나19 발발에 연준은 기준금리를 순식간에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도 모자라 채권 등 자산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직접 달러를 꽂아줬다. 이렇게 풀던 돈의 규모를 줄이고(테이퍼링), 금리 인상 시기도 당길 수 있다며 ‘깜빡이’를 켠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논의할지를 논의했다’는 지극히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테이퍼링을 언급하자 벌어졌던 '긴축 발작'의 트라우마 탓일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회복 양상 역시 여전히 불안정하다. 그러니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방향 전환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모든 게 연준의 계획대로 흘러갈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전례없이 풀린 돈, 급속한 일상 회복이 미국 경제를 어디로 끌고 갈지 예상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번에 연준의 긴축 시간표를 당긴 것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5.0%)이었다.

세계 경제의 풍향계가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우리 정부의 ‘단골 멘트’도 어김없이 나온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에다 미국과 맺어놓은 60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 등 외환시장의 ‘안전벨트’도 강조했다.

하지만 외풍에 취약한 ‘뇌관’은 다른 데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다. 어느덧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빚을 진 가계다. 특히 걱정스러운 건 이번엔 그 최전선에 30대가 서 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이 받아간 신규 대출은 2017년 전체의 42.4%에서 지난해 3분기 55.3%로 훌쩍 뛰었다. 취업난에 생계형 대출이 늘어난 데다 부동산ㆍ주식ㆍ암호 화폐 투자 열풍까지 불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나선 결과다. 최근 정치 시장을 흔들어놓고 있는 30대가 대출과 자산 시장에서도 주력으로 떠올라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과도한 부채는 예외 없이 위기를 부른다는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가 800년간 66개국에서 벌어진 금융위기를 분석한 뒤 내놓은 결론이다. 거품과 부채가 쌓일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며 갖가지 논리로 합리화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결국 빚에는 장사가 없다는 얘기다. 하물며 영혼까지 끌어썼음에랴.

조민근 기자 jming@joonh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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