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맹 다지고 푸틴엔 ‘레드라인’ 경고…대중 포위망 구축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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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호 03면

바이든 첫 순방 외교 결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노예해방기념일인 6월 19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노예해방기념일인 6월 19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다녀온 다음 날인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순방 성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다음 ‘목적지’인 중국을 곧바로 꺼내든 것이다.

유럽 국가들 대중 공동전선에 동참
귀국 후 시진핑과 정상회담 추진
10월 G20 정상회의 기간 성사 기대
한국, 미·중 경쟁에 맞춘 외교 시급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시 주석과 교류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정상급 대화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대통령 발언은 시 주석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두 정상 모두 오는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며 구체적 시기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4월)와 문재인 대통령(5월)을 만나고 첫 유럽 순방(6월)에 나서며 예열을 끝낸 뒤 ‘메인 이벤트’로 삼는 시 주석과의 담판에 나서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 순방에 나서며 “동맹을 강화해 유럽과 미국의 관계가 단단하다는 것을 푸틴과 중국에 분명히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요약하면 세계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고,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규합하며, 러시아에 ‘레드라인’을 경고하는 걸 순방 목표로 삼은 셈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①“미국이 돌아왔다”=영국 도착 후 첫 일정으로 미군 장병들 앞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때도 이 표현은 빠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바이든 외교 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바이든은 지난 1월 취임 연설에서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세계와 협력할 것”이라며 세계의 리더 자리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고립을 자처한 미국이 다자외교 무대로 복귀한다는 신고였다. 이번 순방은 이를 실현하는 첫걸음이었다. 전통적인 군사동맹이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유럽을 첫 행선지로 정하면서다.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귀환을 환영했다. 트럼프 행정부 4년간 국방비 인상 압력과 미군 철수 엄포, 국제기구 탈퇴 압박 등에 시달린 데 대한 반작용이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을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는 것”에 비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클럽에 속해 있으며 기꺼이 협력할 의사가 있는 미국 대통령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반겼다.

다만 유럽 정상들은 ‘4년 후에는?’이란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유럽은 4년 뒤 바이든 대통령이 남아 있을지, 제2의 트럼프가 나올지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②유럽과 대중 전선을 짜라=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사람은 바로 시 주석이었다. G7과 NATO,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공동성명 모두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하며 ‘포위망’을 구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대결 구도를 물려받았다. 차이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홀로 중국에 강공을 펼치는 전략이었던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 함께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동맹들을 대중 전선에 동참시키는 데 성공했다. G7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처음 언급했고 NATO는 지난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했다가 이번엔 ‘기회’를 삭제했다. 더 나아가 G7 정상들은 중국에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성까지 강조했다.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재조사도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 당장 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 실천 방안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더 나은 세계 재건(B3W)’ 계획도 저개발국 인프라 투자에 지원할 자금을 어떻게 모을지 아직 미정인 상태다. 제임스 린지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도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인들로부터 말은 얻었지만 행동을 얻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가별 입장도 제각각이다. 수출 강국인 독일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강대강 대치를 원하지 않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중국은 여러 이슈에서 라이벌인 동시에 동반자”라며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메르켈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도 대화가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③러시아를 동여매라=바이든 대통령은 대서양 동맹들과 호흡을 맞춘 뒤 마지막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러시아에 레드라인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ABC 방송은 “미국이 러시아를 ‘박스 안’에 가둔 뒤 더 큰 적인 중국을 상대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가 미 대선 개입, 미 정부 기관 해킹, 송유관 회사 랜섬웨어 공격 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면 러시아 변수를 최대한 빨리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에너지·통신·급수 등 핵심 인프라 16개 항목을 건넨 뒤 “이 시설은 사이버 공격 금지 대상이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레드라인이 어딘지 확실히 제시한 셈이다.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봉쇄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판단한 뒤 곧장 시 주석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이 돌아왔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맹과 함께 미·중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도 분명히 밝혔다. 한국 외교 시계도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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