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 인문학

로스쿨 석사 ‘JD’를 박사 학위로 둔갑, 명예욕이 ‘가짜박사’ 양산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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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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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자 여석기(呂石基) 선생은 “인생은 권력·금력·명예 중 한 가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 셋을 다 거머쥐려고 할 때 사달이 난다”고 말했다. LH사태 이후 땅 투기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여당 국회의원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에 따라 불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 12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전원 탈당을 권유했다. 이들의 혐의는 부동산 명의신탁, 업무상 비밀 이용, 농지법 위반 등이다.

권력 가진 공직자들 도 넘은 욕심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끊이지 않아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lawmaker)인데 자신들이 만든 법을 앞장서 위반했으니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입법이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공직자가 사전 습득한 비밀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범죄다. 이를 두고 야당 대변인은 “앞에선 집값 잡자고 국민을 옥죄더니 뒤에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든 이중성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탈당 권유는 본질 흐리기 쇼”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여야를 두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자들의 욕심은 재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The more a man has, the more he desires.)고 했던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는 부동산 투기 외에 석사·박사학위 논문 표절이다. 첫째 상근하는 공무원이 휴직도 않고 어떻게 주중 2, 3일씩 강의를 들으러 대학을 다녔는지 의문이다.(물론 석사학위의 경우는 야간이나 주말 과정이 있지만) 둘째 각주 없이 남의 글을 베끼는 표절은 도둑질인데, 걸렸다 하면 ‘나 때는’ 윤리기준이 엄격하지 않았다는 등 얼버무린다. 다 사실이 아니다.

이미 유수한 대학에선 몇 십년 전에 논문작성법이 표준화돼 있어서 이를 엄격히 지켜 오고 있다. 우리 사회는 박사학위에 대해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박사란 석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패스한 뒤 연구논문을 제출해서 통과되면 받게 되는 최고학위다. 한마디로 특정 분야에 대해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하는 일종의 자격증이다.

사회적 과욕이 가짜박사, 사이비박사를 양산해 내고 있다. 엉터리박사의 양산에는 대학 당국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경영 타개책으로 대학원 정원을 크게 늘려 놓고 마구잡이로 학생을 뽑아서 부실하게 관리해 온 책임이 크다.

예컨대 의사의 경우 MD medical doctor라고 하면 전문의를 말하는데 우리는 박사, 교수, 원장의 문패를 보아야 명의로 생각한다. 심지어 미국 로스쿨의 JD juris doctor를 법학박사로 번역해서 교수가 된 분도 있었다. JD는 경영대학원의 석사학위 MBA에 준하는 로스쿨의 학위명이다. 3년제인 탓에 master라고 하지 않고 doctor를 붙였다. 법학박사는 LL.D. 또는 Ph.D.다.

권력을 쟁취한 공직자들이 너도나도 물욕에 눈이 먼 데다 자질이 낮은 인물일수록 명예에도 과욕을 부린다. 마치 건설업자들이 학교설립자 혹은 이사장이 되고 싶어 하듯 우리 정치인들은 권력, 금력도 부족해 명예를 탐한다. 그 결과 가짜박사 천지가 됐다.

옛 선비들은 관직에서 물러나면 낙향해서 후학을 가르쳤건만, 끝없이 노욕을 부리는 지금의 정치인들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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