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週 漢字] 祝融(축융)-‘주룽’ 아닌 ‘축융’으로 읽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1호 31면

한자 6/19

한자 6/19

우주 개발 전쟁이 한창이다.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다행성(多行星) 인류를 창안한 것이 큰 계기였다. 화성에 도시를 건설해 다른 행성에서도 인류가 살게 한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전이자 콜럼버스의 대항해에 다름 아닌, 유쾌한 선언이다.

새로운 영역의 개척과 지배가 언제나 패권을 가졌듯, 육역(陸域)에서 해역을 넘어서, 이제는 우주역의 개척으로 가고 있다. 지구 궤도에 수천 개의 위성 통신을 쏘아 통신의 6G 시대도 열고 있다.

미국과 경쟁이라도 하듯 이러한 우주 개발에 명운을 건 나라가 중국이다. 지난 5월 화성에 착륙한 중국 톈원 1호의 탐사차 주룽이 촬영한 첫 번째 화성 탐사 사진들이 공개됐다. 톈원은 무엇이고, 주룽은 또 무엇이던가? 화성 탐사 기구인 것은 알겠는데, 더 자세한 정보는 알기 어렵다. 중국 전공의 필자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톈원은 천문이고, 주룽은 축융이다. 한자까지 병기하면 천문(天問)이고, 축융(祝融)이다. 축융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불의 신이고, 천문은 전국시대를 살았던 중국의 애국시인 굴원(屈原)의 시이다. ‘하늘에 묻다’라는 뜻의 이 시는 총 172가지 문제를 물음의 형식으로 우주의 형성, 천지의 개벽, 일월의 운행, 신화 전설, 역사의 흥망 등을 노래한 370여 구에 1500여 자에 이르는 장편의 시다.

수천 년 전 끝없는 물음으로 시야를 우주로 돌렸던 굴원의 ‘천문’, 인류를 동물과 구별되게 한 불의 신 ‘축융’을 불의 별 ‘화성(火星)’ 탐사에 소환한 것이다. 21세기의 가장 미래 산업인 우주 개발에 자신들의 신화와 역사를 활용한 중국인의 지혜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주 탐사는 잠시 제쳐 두자. 천문(天問)을 톈원, 축융(祝融)을 주룽이라 부르며, 우리의 자주성을 획득했다고 자위하고, 이것이 민족적이라고 자랑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찬란한 역사 발해(渤海)도 ‘보하이’가, 고구려의 수도 집안(集安)도 ‘지안’이,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던 용정(龍井)도 ‘롱징’이, 백두산의 중국식 이름인 장백산(長白山)도 ‘창바이산’이 돼 버렸다.

한자도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우리는 한자에 대한 고유한 독음도 갖고 있다. 자신들의 독음이 없는 서구권과는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발해로, 집안으로, 용정으로, 장백산으로, 천문으로, 축융으로 부르는 것이 오히려 더 자주적이고 민족적이다. 중국어 표기의 현지음 정책이 재고돼야 할 이유다.

하영삼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