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생산 늘려 맹추격, 테슬라 ‘스타링크’로 맞불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9 00:20

업데이트 2021.06.1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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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호 14면

[SUNDAY 진단] 전기차 패권전쟁

전기차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간 경쟁이 뜨겁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기존의 자동차 메이커가 뒤쫓기 시작하면서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 44만2334대, 폴크스바겐 38만1406대, GM 22만2116대, 현대 19만8487대다. 2018년, 2019년까지만 해도 테슬라의 독무대였으나 어느새 간극이 확 좁아졌다.

현대·기아차·벤츠 등 기존 업체들
배터리·충전소 대규모 확충 나서
생산·판매량 머잖아 따라잡을 듯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한 테슬라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상당히 앞서
도장·조립 불량 보완, 완성도 높여야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사진 각 사]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사진 각 사]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25년께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전기차 생산량에서 폴크스바겐(250만 대)이 테슬라(230만 대)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UBS의 관측처럼 단순히 생산·판매량에서 기존 자동차 메이커가 테슬라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기존 메이커의 자동차 생산라인 자체가 테슬라보다 월등이 많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은 특히 세계 곳곳에 있다. 그런데 생산·판매량에서 앞선다고 이들 메이커가 전기차 시장을 완전히 주도할 것 같지는 않다. ‘생태계 구축’에서 이미 테슬라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처음 선보이면서부터 줄곧 ‘테슬라만의’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섰다. 우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배터리 업체로부터 셀(배터리의 기본 단위)만 납품 받은 뒤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직접 생산하면 그 만큼 많은 전기차를 저렴하게 많이 만들 수 있다. 최근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나섰다. 배터리 수급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산 산업까지 넘보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X. [사진 각 사]

테슬라의 모델X. [사진 각 사]

테슬라의 또 다른 경쟁력은 전용 충전소다. 테슬라는 주력시장인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테슬라 전용 충전소(기)인 ‘슈퍼차저’ 확충에 힘써 왔다. 슈퍼차저는 현재 전 세계 2만5000곳이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충전소만으로도 기존 자동차 메이커를 한참 앞지르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나 폴크스바겐 등 전기차 패권 전쟁에 나선 메이커들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거나 자체 충전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테슬라를 따라 잡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만 해도 최근 전용 충전소인 이핏(E-pit)을 개발했지만, 아직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설치한 게 전부다.

물론 전용 충전기 외에 환경부 등이 늘리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선 더 빠르고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전용 충전소·기를 더 많이 갖춘 업체에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는 SK이노베이션 등 기존의 배터리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형태로 배터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자체 공장을 갖고 있는 테슬라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폴크스바겐이 지난 3월 배터리 자체 개발·생산을 천명한 것도 그래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사진 각 사]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사진 각 사]

그런데, 배터리나 전용 충전소·충전기 확대는 사실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선 테슬라보다 늦기는 했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현대·기아가 최근 전기차 생산을 위해 미국에서 8조4000억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기존 메이커에 내주게 될까? 전기차라는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는 테슬라보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력이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까지 영역을 넓혀 본다면 기존 자동차 메이커가 테슬라를 따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테슬라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궁극적 목표인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생태계까지 이미 상당부분 구축했다. 이미 전 세계에 팔린 수십만 대의 차량에서 주행 데이터를 전송 받고 있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해가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차량의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이 항상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덕분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테슬라는 특히 자신들의 전기차가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도록 ‘스타링크 프로젝트’라는 전 세계 대상 인터넷망 구축 사업도 벌이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약 4만 개의 저고도 통신 위성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지금도 지속적으로 위성을 쏴 올리고 있다. 현재 약 1600여 개의 위성이 하늘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위성 신호 수신기를 소형화해 차량에 장착할 수만 있다면 테슬라 전기차는 전 세계 어디서든 최신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거나 주행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는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서 만큼은 테슬라보다 수년 뒤쳐져 있음을 시인한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모든 면에서 기존 자동차 메이커보다 앞서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테슬라 전기차는 도장·조립 불량으로 악명이 높다. 국내에선 ‘단차(段差·조립 불량으로 문과 문 사이 생긴 틈 등)가 있어야 진짜 미국산’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전기차도 결국은 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라는 특성상 완성도가 떨어지면 제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하드웨어는 서둘러 보완해야 할 문제다.

김선웅 오토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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