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손정민씨 아버지 “그 경찰이 그 경찰”이라는데…변사사건 심의위 해답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6.18 18:03

업데이트 2021.06.18 19:52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故)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들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故)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들이 놓여져 있다. [뉴스1]

50일 넘게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변사사건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는 18일 심의위 개최 소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심의위 개최된다면 2019년 3월 이후 첫 사례

지난 17일 서초경찰서는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변사사건 처리 규칙에 따라 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2019년 3월 변사사건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변사사건의 처리 규칙’(경찰청 훈령 921호)을 만들었다. 심의위 제도도 이때 함께 포함됐다.

심의위는 사망 경위가 불분명한 변사사건인 경우 보강수사 여부를 심사하는 기구다. 만약 경찰이 심의위 개최를 확정하면 이번이 첫 사례가 된다. 심의위에서 한강 대학생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결정이 나오면 경찰은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이면 경찰서장은 최장 한 달간의 보강수사를 실시한 뒤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심의위는 경찰 소속 내부위원 3~4명과 법의학자·변호사 등의 외부위원 1~2명으로 꾸려진다.

손씨父 “심의위에 대한 두려움 커”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손씨의 사망과 관련해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의 명확한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인의 아버지 손현씨는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 발표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재차 의문을 표하고 있다. [뉴스1]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손씨의 사망과 관련해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의 명확한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인의 아버지 손현씨는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 발표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재차 의문을 표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앞서 이번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별다른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 막바지 단계에서 전해진 ‘심의위 개최 검토’ 소식에 손씨 아버지는 18일 본인의 블로그에서 “지금까지의 (경찰) 모습으로는 두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그 경찰이 그 경찰이니 외부위원이 추가됐다고 (결론이)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라며 “아예 (유족 측이) 시도도 못 하게 먼저 경찰이 한 걸까 싶다”라고도 했다. 유족 측은 ‘경찰이 잠정적으로 내린 사고사 결론에 힘을 실어줄 외부위원이 오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경찰 “심의위원 선정도 논의 안 돼”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손 씨 사망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변사자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뉴스1]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손 씨 사망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변사자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뉴스1]

일각에서는 잠정적으로 사고사 결론을 내린 경찰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심의위를 개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경찰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심의위 과반수가 경찰인만큼 경찰의 입장이 비중 있게 반영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심의위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기 때문에 심의위원 선정기준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손씨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반포한강공원 인근 폐쇄회로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고 목격자 조사와 혈흔 및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 등을 거쳤다. 하지만 손씨가 친구A씨와 함께 목격된 지난 4월 25일 오전 3시 38분부터 A씨 홀로 목격된 오전 4시 27분까지의 상황은 정황 증거에 따른 추론만 있을뿐 명확한 사실이 파악되지는 않았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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