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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회원 3만명 투자카페,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검찰 송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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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표시된 암호화폐 시세 화면.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표시된 암호화폐 시세 화면. 연합뉴스

3만명 넘는 회원이 가입한 온라인 투자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1)씨가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 등으로 최근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기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지만, 이후에도 김씨의 온라인 투자 카페에서는 투자자 모집이 이뤄지고 있어서 향후 사건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피해를 본 투자자 중에는 “기다려달라”는 김씨의 말을 믿고 원금 회수를 위해 고소를 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투자 100억 원대…경찰, 고소인 2명 피해 확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4일 김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중국에 본사를 뒀다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프로모션에 돈을 투자하면 원금은 보장하고 160일 동안 투자액의 30%를 수익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인 혐의다. 경찰이 파악한 고소인 2명의 피해액은 6300여만원이다.

김씨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했다며 카페 회원을 상대로 홍보를 진행했다. 피해자들은 투자금액이 100억원이 넘는 규모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수신 혐의는 피해를 보았다는 진술이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2명의 피해자만 조사가 가능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새로운 비즈니스?…경찰 “유사수신”

경찰은 지난해 12월 고소장이 접수된 뒤 김씨를 몇 차례 소환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김씨가 애초부터 피해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투자금을 받았다는 게 경찰 수사의 결론이다. 김씨가 피해자들에게 소개한 거래소 계좌에는 지난해 4월부터 로그인을 할 수 없었고, 암호화폐의 현금화도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투자를 받으면서 금융당국에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원금 보장을 약속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카페 공지와 홍보 영상에 ‘지급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있는 것을 찾아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원금과 이익금을 보장하겠다며 자금을 모집하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019년 9월 '직장인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에 운영자인 김모(31)씨가 올린 게시글. [독자 제공]

2019년 9월 '직장인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에 운영자인 김모(31)씨가 올린 게시글. [독자 제공]

카페 운영자 “나도 피해자”

한편 김씨는 “나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거래소의 프로모션 마케팅만을 했을 뿐 투자금이 출금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것은 예견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를 믿고 김씨에게 3000여만원을 보냈다는 A씨는 중앙일보에 “김씨가 다른 투자자의 정보는 철저히 감추고 개별적으로만 연락하고 있다. 법적 대응을 하면 돈을 못 돌려받을까 봐 나서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2명과는 다른 인물인 A씨는 지난달 카카오톡을 통해 김씨가 “근본적인 조치는 중국의 거래소에 방문하는 것인데 코로나19로 현재로썬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도 했다.

금리 인하와 부동산값 폭등에 투자카페 몰려 

검찰 송치 이후에도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의 카페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는 김씨의 공지와 카페 회원들의 수익 인증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김씨는 해외 송금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전자지갑에 투자해 송금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이달 30일까지 투자를 받고 있다.

카페 공지에는 1인당 최소 50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고 총 투자금액은 ‘20억원+α’라고 기재됐다. 월 1.5~2%의 수익이 예상된다는 내용도 있다. 2017년부터 규모를 키워 온 이 카페는 금리 인하와 부동산값 폭등 추세 속에서 투자자를 계속 모집해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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