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박' LH엔 낙제점 줬지만···빚더미 공기업 줄줄이 '합격'

중앙일보

입력 2021.06.18 16:07

업데이트 2021.06.18 18:53

LH 진주 본사 전경. LH

LH 진주 본사 전경. LH

말 많고, 탈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마사회가 결국 지난해 공기업 평가에서 ‘미달’ 수준 등급을 받았다. 각각 임직원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와 기관장의 폭언으로 논란을 빚은 결과였다. 다만 만성 적자로 빚더미에 오른 경우가 수두룩한데도 정부가 ‘합격점’ 수준이라고 평가한 공기업 숫자는 오히려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131곳의 지난해 경영 실적을 토대로 최고 S 등급(탁월)부터 우수(A)ㆍ양호(B)ㆍ보통(C)ㆍ미흡(D)ㆍ아주 미흡(E) 등급을 매겨 평가한 ‘성적표’다.

2020년 주요 공기업 성적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 주요 공기업 성적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LH는 결국 D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도 A 평가에서 3계단 하락했다. 이에 따라 LH 사장과 임원의 성과급이 전액 삭감됐다. 직원들의 성과급도 전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그마저도 지급은 보류됐다.

여당 3선 국회의원 출신 김우남 회장의 폭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마사회는 E 평가를 받았다. 공기업 중 유일한 E등급이다. 류형선 기재부 평가분석과장은 “LH의 경우 2020년 이전에 발생한 비위 행위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연도 평가결과를 수정하고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할 계획”이라며 “공기업의 비위 행위를 계기로 향후 윤리경영 평가 내용과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운위는 E 또는 2년 연속 D를 받은 우체국물류지원단·한국보육진흥원·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 4개 기관장에 대해 해임 건의를 의결했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기관장 해임 건의가 의결된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한국마사회·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승강기안전공단·전력거래소 등 4개 기관도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지만 이미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까닭에 빠졌다.

하지만 정부의 공기업 평가는 점차 후해지는 추세다. S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없었지만, 합격점 수준으로 평가받는 A~B 등급 비율이 57.3%(75곳)였다. 현 정부 들어 2017년도(50.4%)→2018년도(55.4%)→2019년도(55.8%)로 계속 늘었다. 한수원(A)처럼 탈(脫)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공기업이나 ‘문재인 케어’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한 국민건강보험공단(A)이 정부의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A를 받은 곳은 한국수력원자력ㆍ한국수자원공사ㆍ국민건강보험공단ㆍ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한국부동산원ㆍ한국도로공사ㆍ한국관광공사ㆍ신용보증기금 등 23곳(17.6%)이었다.

류형선 과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평가 결과를 합리적으로 보정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기업의 노력에 가점을 주는 등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공공기관이 부진한 경영 실적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평가를 받은 건 2019년부터 배점이 대폭 늘어난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2019년 당시 정부는 국정철학을 반영해 사회적 가치, 공공성, 윤리경영 등에 대한 공기업 평가 비중을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시책에 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거나 ‘청년 인턴’을 대거 채용한 공공기관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후한 평가와 달리 실적으로 보면 낙제 수준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공공기관 350곳을 분석했더니 부채가 54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17조9000억원 늘어나 역대 최고다. 2018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임직원 수(43만6000명)가 전년 대비 1만5000명(3.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신규 채용 규모는 4만1000명→3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낸 이해영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은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시장에서 경쟁하며 이윤을 낸다”며 “공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역할 및 위기 경영 성과에 대해 온전하게 평가했다”며 “공기업이 민간 기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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