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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리뷰]'취향' 들고 나온 중고거래에 MZ세대의 시선이 꽂힌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0만원짜리 아이폰을 40만원에 산다. 그리고 2달 뒤 이를 다시 30만원에 되판다. 고가의 아이폰을 결국 10분의 1도 안되는 돈으로 실컷 즐겼다. 요즘 핫한 나이키 '범고래'(덩크로우 스니커즈)나 구찌 가방도 마찬가지다. 써보고 싶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해 다시 되파는 새로운 생태계. 바로 '번개장터'다. 흥미로운 건 지난해 거래 수 1100만 건, 거래 금액 1조1000억원의 실적(1~11월 기준)을 올린 번개장터 고객의 70%는 MZ세대라는 점. MZ가 번개장터에 몰리는 이유는 무얼까.

번개장터의 광고. 만화를 사용해 MZ세대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문구 '동네에서만'은 경쟁사 당근마켓의 페인포인트를 공략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의 광고. 만화를 사용해 MZ세대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문구 '동네에서만'은 경쟁사 당근마켓의 페인포인트를 공략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가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거리 제한 없이 대면·비대면 거래를 할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안전하고 쉬운 택배 거래와 취향 기반의 상품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2010년 10월 국내 최초로 모바일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개발자끼리 창업했던 초기 구조에서 벗어나 티몬·유튜브·삼성전자 출신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고, 2달 뒤엔 바로 56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아 자본력을 키웠죠. 지금은 회원 수 1000만 명 이상, 월간 이용자 수(MAU) 340만 명 이상의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중고거래 플랫폼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요.

20대 초반 애플 제품과 카메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가 상품들이다 보니 새 상품을 사는 게 부담스러워 조금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중고거래에 눈을 뜨게 됐어요. 오랜 기간 중고거래를 하면서 이를 잘만 활용하면 경제적으로 제가 원하는 상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중고거래를 잘 이용했을 때의 효용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소비 패턴도 점차 저렴한 물품을 금방 쓰다가 버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조금 더 좋은 걸 구매해서 중고로 판매하는 형태의 소비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더 적은 금액으로 더 다양한 상품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의 총량이 줄어들었답니다.

번개장터의 앱 설명. 4.4점의 만족도 점수와 '중고거래는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문구가 이 서비스가 어떤 점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진 서동원]

번개장터의 앱 설명. 4.4점의 만족도 점수와 '중고거래는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문구가 이 서비스가 어떤 점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진 서동원]

중고나라나 당근마켓도 유명한 중고거래 플랫폼인데요. 번개장터를 콕 집어 리뷰하는 이유는요.

아마 대부분 중고거래하면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양강이 시장 점유율을 크게 차지하고 있고, 더불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두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러다 한 기사에서 '번개장터 회원의 70%가 MZ세대'라고 하는 통계를 보고 왜 이렇게 MZ세대의 비중이 높은지 궁금해졌어요.

 MZ세대의 이용률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번개장터는 확실히 편리한 모바일 환경, 안심하고 택배 거래할 수 있는 번개페이, 특색 있는 카테고리 구성 등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서 번개장터만의 특색을 공고히 만들어가고 있어요. 특히 '취향'을 내세운 제품 구성이 신의 한 수였죠.

사실 ‘취향 기반 상품’이란 게 무엇인지 잘 와 닿지 않아요. 어떤 제품들인가요.

대표적으로는 스니커즈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스토어 ‘브그즈트 랩’(BGZT LAB)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컨셉트를 잡았어요. 번개장터는 먼저 중고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기기로 IT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유저를 끌어모았고, 이를 기반으로 점차 카테고리를 확장해 스니커즈·캠핑·골프·스타굿즈 같은 취향 중심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중점적으로 확보했어요. 이 차별화된 상품 구성이 중고나라나 당근마켓과는 다른 자기만의 독보적인 컨셉트를 만들어 냈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요.

무엇보다 '앱의 사용성'과 '신뢰도'죠. 중고거래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한정판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사용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구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의 접근성과 사용 편이성이 중요해졌어요. 또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 사용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얼마나 잘 마련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프라이탁의 중고 상품과 이를 번개페이를 사용해 결제했을 때의 화면. 구매자가 상품 수령을 완료한 후에 판매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시스템으로 중고 거래의 신뢰도롤 높였다. [사진 서동원]

프라이탁의 중고 상품과 이를 번개페이를 사용해 결제했을 때의 화면. 구매자가 상품 수령을 완료한 후에 판매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시스템으로 중고 거래의 신뢰도롤 높였다. [사진 서동원]

그 두 가지 측면에서 번개장터는 어떤가요.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중고거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번개페이’라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2018년 발 빠르게 도입했어요. 번개페이는 에스크로 기반의 안전결제 서비스로, 구매자가 결제한 금액을 회사가 가지고 있다가 상품 수령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지급하고 있어요. 사용성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데, 사용자의 행동이나 계절 등으로 인한 수요 정보를 밀접하게 반영해서 메인화면에 인기·취향·취미와 관계된 카테고리를 보여줘요. 물건 판매 시기는 판매자의 자유지만, 번개장터가 화면에서 보이는 카테고리 종류를 조정해서 거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꼈어요. 결국 화면의 정중앙에 위치해서 관리되고 있는 이 카테고리가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다른 차별점이자 무기가 됐죠.

번개페이 사용에 대한 수수료는 얼마나 되나요.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3.5%인데 구매자가 부담해요. 구매자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조금 늘어나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라 앞으로도 번개페이의 이용량은 지속해서 늘어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번개장터 거래액과 번개페이 사용 추이.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 거래액과 번개페이 사용 추이. [사진 번개장터]

실제 번개장터를 사용한 뒤 느낀 만족도 점수는요.

10점 만점에 7점요. 번개페이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은 만점을 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중고거래에서 훌륭한 사용성을 제공해주지만, 전문 판매업자들의 진입을 ‘전문상점’이란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 악수였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 구분이 없어졌지만요.

전문업자들이 왜 문제가 되나요.

중고거래는 판매자의 프로필이 하나의 신뢰도 지표로 작용합니다. 판매한 물건에 대한 이력, 별점 등을 통해 판매자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 개인 판매자는 리뷰가 쌓이면 쌓일수록 신뢰도가 높아지지만, 전문업자의 리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져요. 그래서 구매자 입장에서는 전문 판매인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더욱 보고 싶을 거예요.

개인 판매자의 취향과 그 사람의 거래 신뢰도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문판매업자들로 보이는 셀러들이 모여있는 것은 번개장터의 단점으로 여겨진다. [사진 서동원]

개인 판매자의 취향과 그 사람의 거래 신뢰도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문판매업자들로 보이는 셀러들이 모여있는 것은 번개장터의 단점으로 여겨진다. [사진 서동원]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판매 물건의 상세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원하는 정보를 더 얻기 위해 판매자에게 대화를 걸어 이것저것 질문을 하곤 하는데, 판매자나 구매자나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카테고리별로 꼭 필요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양식을 추가한다면 더욱 편리한 거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서비스는 자신의 생활과 어떤 부분에서 맞닿아 있나요.

제가 사는 방은 여전히 지저분하고 복잡하지만, 제 나름대로는 이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제게 필요하거나 제가 사용하는 물건만 두자는 것입니다. 전 써보고 싶거나 갖고 싶은 물건이 항상 많아서 제 방이 곧잘 좁아지곤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중고거래인 것이죠.

번개장터를 이용하면서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요.

저는 중고거래를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프라이탁이라는 리사이클링 브랜드를 좋아해서 어떤 상품이 올라왔나 자주 검색해보곤 하는데,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게 올라오는 것도 더러 있었어요. 왜 그렇게 비싸게 올렸는지 궁금해서 한번은 판매자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자신이 원하는 색상을 사기 위해 시간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희소성이 있어서 비싸게 판매한다'는 거예요. 이후 중고거래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개인 간의 거래를 도모하는 개념으로 다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패션에 민감하거나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번개장터가 아주 유용할 거예요. 번개장터는 확실히 패션 아이템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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