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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누적거래액 10조, 비트코인 시장에서 세 번째 창업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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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는 지금의 회사를 창업하기 전까지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상이 아닌 진짜 세상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요. 그런 이 대표에게 AI는 가치 창출을 실현하는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기술 전문가가 아니었던 그는 AI라는 기술과 디지털자산이라는 생소한 시장을 어떻게 연결했을까요?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는 이 대표의 창업 배경과 깨달음을 비롯해 AI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에 대한 그의 전망을 담았습니다.

첫 창업은 실패했다고 봐요. 대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방구석 제갈량'처럼 "세상이 이렇게 흐를 것 같으니 내 상상대로 해보자"는 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2021년 5월 26일 경기도 성남의 업라이즈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이충엽 대표의 모습. 업라이즈는 그가 3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최지훈

2021년 5월 26일 경기도 성남의 업라이즈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이충엽 대표의 모습. 업라이즈는 그가 3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최지훈

'삼세번 창업'의 힘, 무엇이었을까?

헤이비트는 3번째로 창업한 회사의 서비스입니다. 어떻게 '연쇄 창업'을 할 수 있었나요?

세 곳의 회사 모두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회사였습니다. 첫 회사는 콘텐츠를 다루는 곳이었고, 두 번째는 교육 업계의 회사였죠. 업종이 완전히 달라보이지만 풀려는 문제가 달랐을 뿐이지, 그걸 푸는 방법은 전부 소프트웨어였어요.

처음 창업을 한 건 2007년이었어요. 경영학을 전공한 스물셋 대학생이던 때 '아이씨유'라는 콘텐츠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유튜브가 구글에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로 인수 된 소식을 보면서 동영상이 저렇게 각광을 받으니, 동영상 다음에 올 새로운 콘텐츠 형태를 찾아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UCC가 난리였던 때였거든요.

그러면서 인터넷 콘텐츠의 역사를 생각해봤습니다. 처음에는 텍스트, 다음에는 싸이월드나 DC인사이드처럼 이미지가 포함된 콘텐츠가 유통되었죠. 그 다음은 MP3 같은 음성데이터가 부각되었고요. 그리고 나서 동영상 시대가 열렸으니 다음에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콘텐츠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플래시*였습니다. 지금은 플래시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플래시에는 내가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잖아요. 게임이 대표적이고요. 이런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사업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저와 함께 한 팀원들 중 뛰어난 개발자가 많아서 재능인수 차원으로 카카오에 인수가 되었죠.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재생하는 플러그인 소프트웨어다.

사실상 첫 창업은 실패했다고 본 거군요?

네. 대신 깨달은 건 있어요. '아, 세상이 이렇게 흐를 것 같으니, 내 상상 속에서 이루어질 사업을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속어로 '방구석 제갈량'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혼자만의 상상으로 세상에 그다지 필요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 제 첫 창업의 모습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 깨달은 건 학생 때 창업에 도전한 것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첫 창업 때의 저는 '돈'과 관련된 세상의 필요를 체감하는 게 부족했어요. 막연하게 하고 싶은 일이 세상에서도 필요할 것 같다고 보고 도전한 거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첫 창업으로 '방구석 제갈량'이 아닌 세상이 필요로 하는 걸 파악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면, 두 번째 창업은 어땠나요?

누군가가 명확히 원하는 걸 해야 한다는 레슨을 반영했습니다. '아이엠컴퍼니'라는 회사였는데요, 엔젤투자자로 시작했다가 합류한 케이스였습니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던 가정통신문을 모바일 앱으로 받아보게 한 서비스예요. 종이 가정통신문을 꼭 어디에 흘리고 부모님이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요즘에는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정통신문이 많은데, 여전히 전달이 잘 안되는 문제가 보였고 이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부모의 니즈가 강했어요.

아이엠컴퍼니 대표였던 친구는 학교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잘 했습니다. 저는 부대표로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고요. 한국과 대만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나중에는 NHN에 인수 되었습니다.

아이엠컴퍼니와 지금의 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 자신이 고객이냐 아니냐인 것 같습니다. 저는 학부모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가정통신문 전달이 세상에 필요한 일인 건 알았지만 제 스스로가 고객이 아니니 어느정도의 괴리감은 있었어요. 고객의 반응을 보면서 열심히 회사를 키우려 해도 느낌이 달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직접 만든 거죠. 첫 회사 때처럼 저 혼자 상상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저 역시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볼 수 있는 거에요.

원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잘 발견하는 편인가요?

'이런 걸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디어 중에서 정말 쓸모 있는 걸 찾아서 제대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죠.

AI 활용의 출발, 업(業)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

이충엽 대표는 지금은 헤이비트의 국내 경쟁자는 없지만, 시장이 커지면 얼마든지 경쟁자도 유니콘도 출현할 것이라 말한다. (출처: 헤이비트 블로그)

이충엽 대표는 지금은 헤이비트의 국내 경쟁자는 없지만, 시장이 커지면 얼마든지 경쟁자도 유니콘도 출현할 것이라 말한다. (출처: 헤이비트 블로그)

헤이비트의 기술을 더 고도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로보 어드바이저와 AI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궁금합니다.

현재 헤이비트의 거래량(누적거래액 10조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관련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누적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그 거래의 효율을 조금만 높여도 수익성이 개선되는 특성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10번 사고팔아서 수익률이 1%라면, 여기서 0.1%만 더 효율성을 개선하면 같은 전략 안에서도 수익률이 개선되는 거죠. 이 수익률이라는 디테일을 높이기 위한 '규칙'을 AI를 활용해 고도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 투자도 더 할 생각입니다. 회사 인원도 1년 전과 비교해 2배 정도 늘어 40여명 규모가 되었습니다.

또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AI 기술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가격, 거래량 등의 정형의 데이터 위주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앞으로는 비정형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일은 AI의 주요한 활용법 중 하나입니다. 뉴스의 자연어 분석(NLP)으로 시장의 리스크 수준이나 기대감 등을 수치화하고 내부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게 하나의 예죠.

AI를 자기 분야에 도입하려면 어떤 걸 더 공부해야 할까요?

AI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이야기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AI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도메인 지식입니다. 헤이비트를 예로 들면 퀀트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이론적 기반을 이해해야, 기술을 활용할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AI 기술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더라도 출발점은 내가 속한 산업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술이 헛되이 쓰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궁금합니다. 헤이비트의 경쟁 서비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 이 분야에서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국내에는 아직 헤이비트의 경쟁자라고 할 만한 업체·서비스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범주를 넓혀서 단순히 투자자가 누군가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모든 걸 총칭하면 스테이킹(staking), 론(loan) 같은 상품이 있습니다. 즉, 디지털 자산을 구매하거나 맡기고 거기에 따른 정해진 보상(이자·배당 등)을 받는 상품들이죠. 배당주 투자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이런 건 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런 서비스는 최종적으로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으나, 운용 기간 중에는 일정 이익이 지속 발생하는 방식이라 사용자 경험이 좋습니다. 하지만 수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자가 무에서 유로 창조될 수는 없기에 시장 수익률 정도의 이자가 나올 수밖에 없고, 보통 5~10% 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왜 경쟁자가 쉽게 나오기 어려운지는 알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전략을 안정적으로 개발하는 일이 어렵거든요. 또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헤지펀드 같은 쪽으로 가면 되지 굳이 B2C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낼 필요가 있느냐 하는 시선도 있고요.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 이쪽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더 많은 경쟁자, 회사가 등장할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해외에서는 저희처럼 적극적인 투자 상품은 아니지만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유니콘이 있고요. 점점 시장이 커지면서 충분히 유니콘이 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으려면

이 대표는 ‘가치 창출’을 위한 창업을 추구한다. 이 대표(사진 가운데 서있는 사람)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업라이즈

이 대표는 ‘가치 창출’을 위한 창업을 추구한다. 이 대표(사진 가운데 서있는 사람)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업라이즈

어떻게 디지털자산 시장이 대중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나요?

비트코인은 처음에 화폐처럼 쓰이길 기대하고 만들어졌지만, 요즘에는 화폐보다는 금과 같이 소비하죠. 자산을 보존하거나 혹은 늘릴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투자 대상이자 자산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은 이미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죠.(후략)

※이 콘텐츠는 지식플랫폼 폴인 fol:in의 〈넥스트 AI 유니콘〉 6화중 일부입니다.

■ 더 많은 인터뷰가 보고 싶다면

AI(인공지능)가 사업의 '만능 열쇠'가 된 요즘입니다. 전통/신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술을 접목해 수십억,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뉴스를 종종 보게되죠. 투자에 성공한 기업들은 어떤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춘 걸까요?

데이터와 알고리즘, 또 이를 아우르는 AI를 활용해 두각을 나타낸 기업들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그들을 만나 '넥스트 AI 유니콘'이 '진짜 유니콘'이 되기 위한 구상은 어떤 것인지 물었습니다.

▶ 더 많은 인터뷰는 지식플랫폼 폴인 fol:in 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foli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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