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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창문 아래서 솔솔…사시사철 내뿜는 이 바람의 정체[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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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는 측면에서 외부공기를 들여온다. [연합뉴스]

KTX는 측면에서 외부공기를 들여온다. [연합뉴스]

 요즘 고속열차(KTX)를 타서 창가 쪽에 앉으면 대형 유리창 바로 아랫부분에서 연신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자동차 내부의 송풍구를 길게 놓여 놓은 듯한 장치에서 나오는 바람인데요.

 얼핏 자동차처럼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을 할 때만 주로 가동하는 장치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이 장치는 사시사철 작동합니다.

 열차 내 공기질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설비인 '공기조화장치'인데요. 열차는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와 실내순환 공기를 혼합해서 객실에 공급합니다. 냉난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외부에서 새로 들어오는 공기만큼 실내 공기를 밖으로 빼낸다고 하는데요.

  KTX, 옆으로 공기 들여와 밑으로 빼내    

 과거 객실 창문을 열 수 있는 열차에서는 사실 공기조화장치가 별로 필요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시내버스처럼 창문을 여는 것으로 상당 부분 환기를 대신할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KTX 유리창 밑에 설치돼 있는 송풍구. [강갑생 기자]

KTX 유리창 밑에 설치돼 있는 송풍구. [강갑생 기자]

 하지만 KTX나 ITX-새마을처럼 신형기차들은 창문을 열 수 없는 밀폐 구조라서 과거 방식으로는 실내공기질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기조화장치가 꼭 필요한데요.

 공기를 들여오고 내보내는 방식은 열차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KTX는 공조장치가 열차 옆면 아래쪽에 설치돼있고 외부 공기가 측면, 즉 옆에서 공급됩니다. 그래서 유리창 아래 송풍구에서 바람이 나오는 겁니다. 실내를 순환한 공기 중 일부는 열차 아랫부분으로 빼내는데요.

 ITX-새마을은 지붕에 공조장치 설치 

 반면 ITX-새마을은 공조장치가 지붕에 달려있습니다. 객실 상부에서 공기가 공급되고, 내부를 순환한 공기 역시 지붕을 통해서 외부로 배출됩니다.

 이때 제어부에서 설정한 값과 객실 내에 설치된 CO2(이산화탄소) 센서의 감지 값을 냉난방 배전반에서 비교해 결정기준을 초과할 경우 외부 공기 유입과 실내 공기 배출을 통해 객실 내 CO2 농도를 낮춘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입니다.

 열차별 환기 방식. [자료 코레일]

열차별 환기 방식. [자료 코레일]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까지 고려해서 실내공기질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려면 환기 횟수도 중요할 텐데요. 당초 KTX는 시간당 12회 환기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2시간에 한 번이라는 정부 권장치 보다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코로나 19 고려해 시간당 16회씩 환기  

 지난해 5월 말부터는 코로나 19등을 고려해 시간당 16회로 늘렸다고 합니다. 약 3.75분에 한 번씩 공기가 순환하는 수준입니다. ITX-새마을은 환기 횟수가 시간당 10회로 6분에 한 번꼴입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는 깨끗하게 잘 걸러지는 걸까요? 코레일연구원 기술검증센터의 윤종호 주임연구원은 "공조장치에 적용하는 필터는 항균 성능이 90% 이상인 제품만 사용한다"며 "상당히 깨끗한 수준"이라고 설명합니다.

KTX는 객실 공기를 시간당 16회씩 환기시킨다. [중앙일보]

KTX는 객실 공기를 시간당 16회씩 환기시킨다. [중앙일보]

 윤 연구원은 또 "가정용 공기청정기가 순환하는 실내 공기 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필터로 거르는 수준이라면 열차 공조장치는 공기 중의 바이러스 자체를 아예 밖으로 빼주기 때문에 전체 구조상 더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신규 계약 차량엔 공기청정기도 설치  

 최근에는 공조장치에 자외선을 활용하는 UV-C 살균모듈을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또 2019년 이후 계약한 차량은 별도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미세먼지 제거와 살균기능까지 갖추도록 설계기준을 강화했다고 하는데요. 다만 이들 신규제작 차량은 납품이 안 된 상태라 실제로 타볼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ITX- 새마을 열차. [사진 코레일]

ITX- 새마을 열차. [사진 코레일]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아직 국내에선 코로나 19의 열차 내 전파가 발생하지 않았는데요. 이런 공조장치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해야

 그러나 공조장치만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헤파필터를 활용한 첨단 공기순환장치를 갖춘 비행기에서도 드물긴 하지만 코로나 19가 전파된 해외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차 내에서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음식물 섭취를 금하는 등 승객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따라줘야만 첨단 공조장치와 시너지효과를 이뤄 코로나 19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답답하고 힘들어도 당분간 열차 이용객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인 시점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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