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같이 연구하다 탄생” 대면수업 총대 멘 서울대 총장

중앙일보

입력 2021.06.18 05:00

업데이트 2021.06.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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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최근 “총대를 멨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난 7일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학의 문을 학생들에게 더 열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담화문을 내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앞에 1년 6개월간 유지된 비대면 수업을 대면으로 전면 전환하자는 신호탄이었다. 서울대 수석 출신 물리학자이자 과학자인 그는 왜 ‘위험한 선택’을 감행했을까. 지난 16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그 이유를 들어봤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담화문이 과거 ‘시국선언’ 같은 비장함이 느껴진다는 질문에 오 총장은 “약간 그런 느낌도 있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냥 있으면 편한 쪽으로 굴러가게 되고 대면 전환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 설득해 보는 의미였다”고 했다. 오 총장은 당시 “학생들이 이대로 사회에 나가면 지적 공동체에서 받아야 했을 훈련과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고, 대학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2학기 대면 수업을 결정한 이유는.
“30여 년 전 인터넷 강의가 발전하면서 향후 대학은 다 망할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당시 교육학자나 대학 행정가들의 결론은 대학의 역할은 지식 전달 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좋은 대학은 ‘인재’를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만나 토론하고 같이 살아가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문제를 여러 전문가가 모여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 대학에 있기 때문이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총대를 메기엔’ 좀 위험한 것 아닌가.
“서울대가 대면 전환에 제일 여건이 좋다. 캠퍼스도 넓고 강의실도 많다. 파일럿 프로그램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신속 PCR 검사를 통해 비말이 많이 나오는 음대 합창 수업까지 가능하게 준비할 것이다. 2시간 전에 검사를 먼저 하고 괜찮으면 수업을 한다. 우리가 해결해 가면 다른 대학이 따라오기도 쉬울 것 같다. 서울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방역 등의 문제는 없나.
“어떤 일이든 리스크가 있고 이득이 있다. 1년 반을 해보니까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강의실에서는 잘 안 걸린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스크 사용과 거리두기를 잘하면 강의실은 안전하다. 동시에 식당은 배식 시간을 늘리고, 점심시간이나 아침 또는 밤에 강의하는 식으로 학생들을 분산시킨다. 다음 주 관악구청장을 만나 대학 인근 음식점과 카페 등의 방역 문제도 당부드릴 것이다.”
‘지식 공동체’, ‘지적 동반자’가 왜 중요한가.
“대학은 연구를 중심에 둬야 한다. 혼자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교수들이 서로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 화상 회의에선 처음 만난 전문가와 논쟁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수들과 학생은 소통하고, 학생들은 일생의 친구, 미지의 세계로 나갈 때 함께 할 사람을 만난다. 세계적 기업, 페이스북, 구글 등이 같이 연구하다가 만들어졌다. 저커버그도 페이스북으로만 친구를 사귀었으면 페이스북을 못 만드는 거지.(웃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일은 잡담을 하다가도 갑자기 벌어지는데, 모여야 그런 게 가능하고 그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대면 수업이 MZ세대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
“지금 젊은 세대는 많이 불안하다. 우리 때와 달리 사회가 팽창하는 게 아니라 수축하고 있다. 대학에서 잘해도 나갔을 때 과연 중추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내 부모님보다 더 좋은 삶을 살지 확실치 않다.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앞으로 살아갈 때 도움이 됐다’고 느껴야 한다. 과거의 커리큘럼으로 30년을 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니, 대학에선 유동적으로 여러 소양을 배워야 하고 융합도 해야 한다. 서울대는 ‘학생 설계 전공’을 확대한다. 교수가 필수 과목을 정해주지 않고 학생이 직접 전공 필수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예술 경영이라든지, 인문 사회 계열에서의 AI 전공 등 독창적 전공이 탄생할 수 있다. 10여 년 동안 주어진 틀에서 정답만 맞추던 것을 우리가 풀어줘야 한다. ‘이노에듀(Inno-Edu) 2031 프로젝트’를 통해 10년에 걸쳐 매년 10% 남짓 한 학과의 교육과정 개편하려고 한다.”
이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ㆍ새로운 기준 또는 표준)은 무엇이라고 보나.
“글쎄, 미래를 잘 모르는 게 ‘뉴노멀’ 아닐까. 코로나가 올지, 이커머스 등이 얼마나 확대될지 모르지 않았나. 학생들에게 예측이 불가능할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 기본과 본질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면 10년 뒤인데, 현재교육시스템은 산업화 시대에 맞춰져 있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준석 현상’ 등 정치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정치가 하도 답답하니까 나타나는 현상 아니겠나. 그만큼 한국이 역동적이다. 지속가능하려면 ‘이렇게 하니까 좋은데?’라는 반응으로 이어져야 한다. 2030세대가 과연 사회를 끌어나갈 능력이 있는가를 두고 봐야지.”
공정의 문제는 서울대에서도 논란이었다.
“입시에서는 기계적으로 자르는 게(정시) 깨끗할 수 있지만, 나는 그것보다 잠재력을 보는 게(수시) 더 맞다고 본다. 그러나, 수시의 잣대에 대한 의구심과 투명성 부족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조국 교수 파문 등은) 수시 전형 초기에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아 공정의 문제로 비화했다.”

김승현 사회2팀장, 정리=정희윤 기자 shyun@joongang.co.kr

‘대면’ 총대 멘 오세정 서울대 총장
“대학 역할 지식 전달만이 아니다
만나 토론하고 동아리도 해봐야

방역 잘하면 강의실에선 안 걸려
아침이나 밤으로 강의시간도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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