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쯤 지하철 서울역. 기자의 스마트폰 단말기 상단에 ‘5G’ 표시가 떴다. 하지만 속도를 측정해보니 다운로드 속도가 0.94Mbps에 그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5G 평균 속도인 690.5Mbps는커녕 롱텀에볼루션(LTE·4세대) 평균인 153.1Mbps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12만여 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에서 ‘무늬만 5G’로 서비스된다는 얘기다. 이어 공항철도 방향으로 이동하자 철도 진입로부터 5G 신호가 ‘LTE’로 전환됐다. 공항철도 공덕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6호선으로 환승해 이태원역과 녹사평역으로 이동했지만 두 역 모두 5G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전국 도시철도 5G망 구축 현황 #범수도권 594개 역 중 446개만 #김영식 의원 “소비자 피해 보상을”
2019년 4월 5G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도시철도는 여전히 ‘5G 먹통’ 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국 도시철도 5G 구축 현황’(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1~9호선의 5G 구축률은 82.2%였다. 공항철도나 서해선은 5G가 구축된 역이 단 한 곳도 없고, 신분당선은 역사 13곳 중 한 곳(광교역)에만 구축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1~9호선 외 공항철도, 인천1·2호선, 서해선,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노선을 포함하면 5G 기지국이 구축된 곳은 총 역사 594곳 중 446곳(구축률 75%)에 불과하다. 그나마 부산·대구·대전·광주 지하철과 수도권 9호선은 지난해 하반기 5G가 모두 깔렸다. 지하철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1.8%를 차지할 만큼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은 곳이다. 이동통신 3사가 올해 중반까지 지하철 전 노선에 5G망을 깔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은 주요 역사조차 5G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역과 서울역, 종로3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여의도, 고속터미널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대거 포함됐다.
노선에 따른 편차도 컸다. 서울 1~8호선 중 3호선(93.2%)과 1호선(92.9%)의 구축률이 높았다. 이에 비해 6호선은 41%, 5호선은 56.9%에 불과했다. 6호선의 경우 절반도 5G 기지국이 깔리지 않았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말까지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장담한 2호선의 5G 구축률은 86.3%에 그쳤다.
같은 역이라도 노선별로 5G가 터지는 곳과 안 터지는 곳이 섞인 ‘반쪽 역’도 꽤 많았다. 시청역 1호선 구간은 5G 기지국 구축이 완료됐지만, 2호선 구간은 기지국이 구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3·5호선이 환승하는 종로3가의 경우 1·3호선은 5G가 터지지만 5호선에선 ‘먹통’인 것으로 조사됐다.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 역시 3·9호선에만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역사 출입 인원이 제한돼 구축에 차질을 빚었다”며 “시청역 2호선 구간 등은 석면·내진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라 기지국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기부와 이통사가 제시하는 서비스 권역과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서비스 권역에 대한 인식이 다른 데서 오는 문제”라며 “이통사가 서비스 지연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의원은 “과기부와 이통 3사는 신속한 5G 망 구축은 물론 이용자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진·권유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