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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광주 참사에 "운전사가 본능적으로 액셀만 밟았어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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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광주광역시 철거건물 붕괴참사와 관련 “바로 그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 할지라도, 운전사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희생자들이) 사실 살 수 있었는데”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 현장이 있어서, 시간대가 맞아서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광주 건설현장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광주 건설현장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송 대표는 이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재난사고를 보면서 국민들이 분노한다”며 “현장관리 소홀, 안전 불감증 등 고질적 병폐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사 과정에 불법 재하도급이 있었고,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석면 철거를 무허가 부실업체에 맡겼다고 한다”며 “제대로 된 안전관리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많은 시민이 위험성을 경고하는 민원을 광주 동구청에 했다는데, 접수가 되지 않고 현장 확인조차 안 됐는지 답답하다”며 “제가 인천시장을 해봤지만, 관내에 이 정도로 큰 공사가 있었다면 관계 지시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한 대가 잔해에 매몰, 탑승자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송 대표에 발언에 대해 일부에선 ‘버스기사를 비난하는 말처럼 들린다’는 비난이 나오자, 송 대표는 즉각 “버스기사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런 위험한 건물을 버스정류장 앞에 방치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광주 동구청이 버스정류장을 10~20m 정도 공사현장에서 옮겨놨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이게 광주에 핵심 기반을 둔 민주당의 당 대표 입에서 나올만한 이야기인가 믿기 어렵다”며 “세월호 참사를 두고 단순 사고라고 했던 당시 망언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본질적인 이해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붕괴 참사 관련 추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마치 참사의 피해자인 버스 기사가 잘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표현한 망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유족들은 “할 말이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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