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7일 조리병 업무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리병이 과중한 업무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병력을 돌려막거나 기존에 제시했던 방안을 다시 강조한 수준에 그치면서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들린다.
국방부의 대책에 따르면 육군과 해병대에 1000여명의 조리병을 추가 투입한다. 이를 위해 올해 후반기부터 상황ㆍ통신 등 필수인력을 제외한 행정지원인력을 적극적으로 감축해 조리병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2017년 61만8000여명 수준이던 병력은 이미 50만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 급식 대란은 대부분 육군에서 발생했다. 육군 병력은 같은 시기에 48만 3000여명에서 42만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모든 영역에서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조리병에 일부 병력을 돌려막으면 곧이어 다른 분야에서 병력 부족에 따른 사고가 발생하는 풍선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병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민간조리원 편성기준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현재 80명 이상 취사장당 1명 수준에서 2명으로 확대해 편성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방개혁 과제를 세웠던 2018년 이후부터 추진해 오던 방안으로 기존 대안을 다시 강조했을 뿐이다. 기존 계획보다 민간 조리원을 더 확대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이날 조리병 아닌 일반 병사가 취사장 청소, 잔반처리, 후식류 지급 등을 도와주는 ‘급식지원 도우미’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대별 여건과 지휘관 판단으로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또한 이미 각급 부대에서 시행하던 것으로 전혀 새롭지 않다. 오히려 일반 병사 투입을 늘릴 경우 현장에서 또 다른 불만이 폭주할 우려도 나온다.
신무기로 전투력을 보강하듯 장비를 투입한다는 대책도 나왔다. 그러나, 국방부의 발표처럼 오븐기, 야채절단기, 고압세척청소기, 조리용 로봇을 투입해도 조리업무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는 크지 않다. 이미 야전에 배치된 오븐기는 사용에 따른 위험 부담 때문에 조리병 스스로 조작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대안으로 주목 받는 부대 급식의 민간위탁을 조기에 확대하는 방안은 부실하다. 이날 나온 대책은 육군 부사관학교 1개 식당에서 운용하는 민간위탁 시범사업을 올해 후반기부터 10여개 부대로 확대 시행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 분야의 대안 마련도 찾아보기 어렵다. 급식 등 병사 생활 여건 문제를 관리하는 지휘관의 역할이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병사 복무 기간이 1년 6개월 상황에서 대부분의 병사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군 복무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야전부대 지휘관은 “국방부가 뭔가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서둘러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여군 부사관 성폭력 사건 등 고질적인 병영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국민적 공분에 쫓기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뜻이다.
이날 국방부는 “조리병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며 대책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장병 생활여건 개선 전담팀(TF)’ 출범회의를 개최하는 등 그간의 논의 사항을 종합해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다양한 정책방안을 민간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처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처럼 민간 영역의 따끔한 지적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군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