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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시간표 빨라졌다…돈줄 죄고, 2023년까지 금리인상 2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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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기존보다 1년 앞당겼다.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Fed가 시장 예상보다 강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색채를 드러내면서 시장은 당황한 기색이다.

15~16일(현지시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달라진' Fed의 면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기존의 정책에 손을 댄 건 없었다. Fed는 일단 현재의 제로금리(0.0~0.25%) 수준을 유지하고,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국채 800억 달러·주택저당증권 400억 달러)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매의 발톱 드러낸 Fed "2023년 금리 인상"

6월 FOMC 점도표.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6월 FOMC 점도표.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분위기가 바뀐 건 확실했다. 이를 드러내는 것이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이 담긴 ‘점도표’다. 2023년까지 두 차례의 금리 인상 예상 전망이 나왔다. 전체 위원 18명 중 13명이 2023년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이 중 11명은 2023년에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2022년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도 7명이나 됐다.

지난 3월 회의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당시엔 2023년 이후 금리 인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1년 앞당겨진 것이다.

테이퍼링 논의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음도 시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talking about talking about)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테이퍼링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표 및 도입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파월 의장은 “더 많은 데이터(경제지표)를 봐야 시점에 관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테이퍼링 관련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 사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Fed의 움직임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테이퍼링 관련 언급 정도만 예상했는데 금리 인상 시점까지 앞당겼기 때문이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Fed의 반응이 매파적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물가와 고용 상황 변화에 긴축 손든 Fed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관광객들이 전차를 탄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관광객들이 전차를 탄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Fed의 입장 선회는 빠르게 회복하는 미국 경제 상황에 따른 것이다. Fed는 여전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지표상 수치는 시장의 우려를 키울 수준이다.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0%(전년동기대비)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5.6% 오르는 등 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Fed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는 3.4%, 에너지ㆍ농산물 등 변동성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0%로 봤다. 도이체 방크는 “Fed가 매파적으로 변한 건 인플레이션 때문”이라며 “파월 의장은 인플레 위험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Fed가 매의 발톱을 드러낼 수 있었던 데는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Fed는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7.0%로 예상했다. 고용 시장 전망도 나아진 모습이다. 파월은 “노동자에 대한 수요와 일자리 창출을 볼 때 나는 우리가 매우 강한 노동시장으로 가는 길게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고용회복에 방점을 찍으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왔던 Fed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도 “파월 의장이 몇 달 전보다 더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톤을 들려줬다”며 “주거비용 상승이 지속적인 가격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긴축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씨티은행 "올해 말 월 150억달러 테이퍼링" 

I지난 1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I지난 1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Fed는 언제쯤 긴축을 시작할까. 시장의 예상은 올해 하반기다. 테이퍼링으로 일단 기초 작업을 다진 뒤 금리 인상 등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케시 존스 찰스 슈왑 채권 부문장은 “2023년에 금리 인상을 하려면 테이퍼링 빨리해야 한다”며 “Fed의 자산매입 규모가 적정 수준으로 줄어들기 위해서는 10개월~1년 걸린다. 결국 올해 후반기부터 테이퍼링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은행은 “Fed가 9월에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12월부터 매월 150억달러씩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CNBC 방송은 ”지난 3월 조기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지 않았던 Fed가 이날 2023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Fed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투자자들이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0.77%), 나스닥(-0.24%), S&P 500(-0.54%)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장중 1.594%까지 오르며 지난 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행과 Fed는 600억 달러 한도의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3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연장된 한·미 간 통화스와프 규모(한도)는 600억 달러이고, 다른 조건도 같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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