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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연장' 보도했다고···거리 한복판서 욕받이 된 英기자 [영상]

중앙일보

입력

영국에서 BBC 기자가 거리에서 시위대에게 ‘욕설’을 듣고 몸을 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온라인에서는 기자가 시위대를 피해 도망치는 영상까지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봉쇄 반대 시위자가 런던 다우닝가 화이트홀 거리에서 BBC '뉴스나이트'의 정치 편집장 니콜라스 위트(오른쪽)에게 "배신자"라며 욕설을 하고 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15일(현지시간) 봉쇄 반대 시위자가 런던 다우닝가 화이트홀 거리에서 BBC '뉴스나이트'의 정치 편집장 니콜라스 위트(오른쪽)에게 "배신자"라며 욕설을 하고 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1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BBC ‘뉴스나이트’의 니콜라스 와트 정치 편집장은 정부 청사가 늘어선 런던 다우닝가 화이트홀 거리를 지나던 중 시위대에 둘러싸인 채 봉변을 당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일부 시위대가 와트에게 바짝 따라붙더니 그의 얼굴에 대고 “배신자”라고 소리쳤다. 주변에 있던 시위대는 그를 에워쌌고, 일부는 와트의 어깨와 옷을 잡아끌며 시비를 걸었다. 시위대의 행동이 과격해지자 와트는 발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고, 시위대는 그를 뒤쫓았다. 시위대는 그가 정부 청사 앞 경찰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뒤에야 멈춰섰다.

BBC '뉴스나이트'의 정치 편집장 니콜라스 위트(하늘색 셔츠)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화이트홀 거리에서 봉쇄 반대 시위자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BBC '뉴스나이트'의 정치 편집장 니콜라스 위트(하늘색 셔츠)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화이트홀 거리에서 봉쇄 반대 시위자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이번 사건은 봉쇄 반대와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단체 ‘레지스탕스 GB’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봉쇄 해제를 늦추는 데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봉쇄 해제 연기’와 관련된 보도를 한 와트를 겨냥해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AP통신은 “언론이 전염병 관련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고 믿는 시위대가 언론인을 공격한 대표 사례라고 전했다.

영상이 퍼지자 BBC, 전국 언론인협회(NUJ) 등 언론인 단체는 물론이고 보리스 존슨 총리,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까지 나서서 시위대를 비판했다.

한 시위자는 위트(왼쪽)의 어깨를 잡아끌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한 시위자는 위트(왼쪽)의 어깨를 잡아끌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존슨 총리는 이날 트윗을 통해 “기자가 시위대에 쫓기는 장면을 보는 일은 끔찍하고 수치스러웠다”면서 “언론은 어떤 두려움 없이 사실을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인은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라고 밝혔다. 파텔 내무장관도 “시위대의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영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의 안전 문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단체도 거세게 항의했다. BBC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어느 언론인도 이런 식의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 언론인의 안전은 모든 민주주의 근간이고, 언론인은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봉쇄 반대 시위대들의 행동이 과격해지자 위트(하늘색 셔츠)는 발길을 돌려 도망쳤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봉쇄 반대 시위대들의 행동이 과격해지자 위트(하늘색 셔츠)는 발길을 돌려 도망쳤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일부 기자들은 언론인을 향한 극우주의자들의 공격이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담 볼턴 기자는 트윗에 “이런 일은 ‘분노의 시대(age of rage)’에 일하는 기자들에게 흔한 일”이라며 “와트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적었다. 스카이뉴스는 “와트도 평소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시위대의 무차별 공격을 비난해 온 언론인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다. 당시 화이트홀 거리에는 수 십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었지만, 시위대를 제지하지 않았다.

니콜라스 위트가 봉쇄 반대 시위대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방향을 틀어 도망치고 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니콜라스 위트가 봉쇄 반대 시위대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방향을 틀어 도망치고 있다. [유튜브 resistenceGB 캡처]

당초 경찰은 이번 사건이 경찰이 없는 장소에서 벌어졌다고 주장했지만 영상이 공개되자 잘못을 인정했다. 경찰은 “앞뒤 상황이 찍힌 영상을 확인한 결과 경찰이 배치된 곳에서 협박이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며 와트를 협박한 57세 남성을 폭행 혐의로 체포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한편 전날 영국은 오는 21일로 예정했던 봉쇄 전면 해제 일정을 다음 달 19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엿새 연속 7000명 이상 나오면서다. 이에 자영업자 등 봉쇄 반대 시위대는 국회의사당 앞 등 지역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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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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