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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 주52시간, 계도기간 없이 내달 1일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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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4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주 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 경제단체 공동입장 기자회견 전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이관섭 한국무역협회·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왼쪽부터)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주 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 경제단체 공동입장 기자회견 전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이관섭 한국무역협회·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왼쪽부터)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5~49인 사업장에 계도기간을 주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근로시간 컨설팅 등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반발했다.

정부, 근로시간 컨설팅 등만 지원 #50인 이상 시행 땐 1년 계도기간 #위반 시 시정 안 되면 징역·벌금형 #기업들 “준비 안 돼, 계도기간 달라”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정부 방침을 밝혔다. 권 실장은 “그동안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연구개발(R&D) 등에 선택근로제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와 같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5~29인 사업장은 내년 말까지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1주에 8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최대 60시간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계도기간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50~29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각각 9개월,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50인 미만에만 별도의 계도기간 없이 즉시 시행에 들어가는 셈이다. 따라서 다음달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법에 따라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되고, 이 기간에 시정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시행해도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용부가 1300곳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49인 사업장 가운데 다음달부터 52시간을 준수할 수 있다고 답한 곳이 93%였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은 11.1%에 불과했다.

고용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경영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가 최근 뿌리산업과 조선업종 20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가 “시행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 기업은 시행 시기를 연기하거나(74%) 계도기간을 달라(63%)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2개 중소기업 단체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 발표에 중소기업계는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아직 많은 50인 미만 업체가 도저히 주 52시간제를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초부터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느라 주 52시간제 도입을 위한 근무체계 개편 등의 준비를 할 여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뿌리기업은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한다. 교대제 개편을 하려면 추가 채용을 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며 “더욱이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마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강제로 줄이면 영세한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사업 운영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소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계도기간을 부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일부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는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도록 컨설팅을 강화하는 한편, 외국 인력을 우선 배정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방역 상황이 양호한 국가를 중심으로 외국 인력을 신속히 도입하기로 했다. 외국 인력의 입국이 지연된 상태에서 업무량이 폭증하면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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