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체 사망' 사건, 부실수사였나...영등포서 수사팀 감찰 조사

중앙일보

입력 2021.06.16 21:30

업데이트 2021.06.16 21:49

친구들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해 나체 상태로 숨진 20살 남성 A씨 사건과 관련, 경찰이 담당 수사팀에 대한 감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8개월 전 피해자 가족이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경찰에 고소를 했음에도, 수사팀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종결한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수사팀이 사건을 종결한지 17일만에 A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5일 오전 마포 원룸 나체 사망사건의 피의자인 20대 초반 남성 2명이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석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15일 오전 마포 원룸 나체 사망사건의 피의자인 20대 초반 남성 2명이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석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중앙일보 취재 결과 16일 서울경찰청은 서울 영등포서 담당 수사팀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13일 자신의 거주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A씨의 가족이 지난해 11월에 가해자인 친구 2명을 고소했지만 사건을 불송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아들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알고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친구 2명을 고소했다. A씨를 불러 진술을 들은 달성서는 이 사건을 피의자의 거주지 관할인 영등포서로 이첩했다. 달성경찰서 조사 당시 A씨는 "네 차례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영등포서는 지난달 27일 친구 2명에게 상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불송치 사유는 증거불충분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영등포서는 피의자 2명과 A씨를 대질조사하기 위해 A씨에게 경찰서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피의자들과 대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A씨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출석을 거부했다고 한다.

영등포서가 사건을 수사 중이던 지난 4월 A씨의 가족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뉴스1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뉴스1

사건 불송치 결정 2주 뒤, A씨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자신의 거주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과수의 1차 소견에 따르면 A씨는 사망할 당시 영양실조 상태였으며 시신에는 감금된 흔적과 폭행당한 상처가 남아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포경찰서는 가해자 2명을 긴급체포했으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구속했다. A씨는 사망 당시 34㎏의 저체중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친구 휴대폰서 가혹행위 영상 발견

경찰은 가해자인 친구 한 명의 휴대전화에서 성적 묘사 등 가혹행위가 담긴 영상들도 발견했다. 친구 2명이 돈을 갚지 않는다며 A씨에게 대출을 강요한 정황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선 실종 및 고소 사건이 살인의 범행동기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건을 종결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실함이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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