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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차 공장서 ‘배터리고픈’ 스페인…韓 배터리에 러브콜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도시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AP=연합뉴스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도시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을 계기로 K-배터리 사업 현지 진출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의 숙원이 반도체 투자 확대였다면, 자동차 산업 성장을 노리는 스페인이 원하는 건 배터리 투자다. 문 대통령과 함께 마드리드에 방문한 한국 기업인들은 16일(현지시간) 스페인 상공회의소에서 ‘한-스페인 그린·디지털 비즈니스 포럼’을 열어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함께 이 포럼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40%에 가까운 친환경 에너지 선도국가”라며 “최고의 전기차와 수소차, 배터리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스페인과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에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장)을 비롯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 허용수 GS에너지 대표,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김희철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 등이동행했다. 이들은 전날 국왕 초청 국빈만찬에도 참석했다.

스페인은 배터리 100% 수입국

스페인에는 폴크스바겐·포드·르노·푸조시트로앵(PSA) 등 8개 자동차 회사 공장 15곳이 가동되고 있다. 유럽에선 독일에 이은 2위 자동차 제조국이다. 자동차 산업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8.5%를 차지한다. 스페인의 자동차 공장들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마드리드무역관의 이성학 스페셜리스트는 “관광·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은 스페인에서 자동차는 제조업 중 최고로 두각을 드러내는 산업”이라며 “완성차 공장이 있는 스페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고, 그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16일(현지시간) 열린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 기념촬영.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열린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 기념촬영. 연합뉴스

LG "스페인의 리튬광산 매력적" 

이 때문에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중국 시장 제외)인 LG에너지솔루션 대표가 이번 방문단에 합류한 것을 두고 ‘스페인용 선물 보따리’가 나올 거란 예상이 업계에서 돌았다. 김종현 LG에너지 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스페인은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자동차 공장도 많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으로서 큰 매력이 있는 곳”이라며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스페인이 갖춘 우수한 장점,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풍부한 사업 경험이 함께 한다면 그 어떤 협업 모델보다 더 훌륭한 성공사례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정부도 올해 3억 유로의 예산을 편성해 무공해 차량, 전기차 배터리, 전기 충전 시설 사업에 지원하기로 한 상태여서 LG에너지 등 한국 기업들은 현지 진출 예상 손익을 따지고 있다. 관련 분야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스페인 정부에 제안해 예산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박용만, "기업인 대통령 동행해 세일즈해야" 

미국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기업인을 동반한 대통령 외교 활동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경영계에선 이른바 ‘퍼주기 외교’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박용만 회장은 페이스북에 “유럽처럼 관광·천연자원이 많지 않고, 미·중국처럼 내수시장이 든든하지도 않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사절단과 함께 팀으로 다니며 세일즈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처지”라며 “이렇게 힘들게 다니는데 괜히 기업인들 끌고 다니는 것처럼 폄하할 때는 마음이 답답하다. 역대 정부 모두 같은 비아냥을 들었다”고 적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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