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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경선연기론 갈등 격화…연기 둘러싼 3가지 쟁점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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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경선 일정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을 중심으로 경선 일정을 늦추자는 입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원칙대로 하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붙었다. 의원들 간 계파 대리전은 물론 각종 지지 모임까지 가세하면서 총력전 양상이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이 지사의 원내 지지모임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고문인 5선 안민석 의원은 16일 “경선 연기가 경선 흥행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대선 승리를 담보하는 조건도 아니다”(페이스북)라며 공개 반대 입장을 냈다. 이 지사 측 조정식 의원(5선)도 전날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일정은 이미 전임 지도부에서 오랜 숙의와 당내 총의를 거쳐 당헌·당규로 결정된 사항”이라고 썼다. 이재명계 중진들이 연이틀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영ㆍ호남 지역 교수 등 160명이 이름를 올린 경선 연기 반대 입장문도 이날 국회에서 발표됐다. “정치 일정 준수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란 내용이다. 민주당 광주ㆍ전남 당원 321명과 민주당 대구 지역 지방의원 24명도 이날 같은 취지의 성명을 냈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이낙연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특히 이 지사가 전날 경선 연기론자들을 “가짜 약장수”라고 표현한 데 대한 불쾌감이 터져 나왔다. 이날 윤영찬 의원은 “의원들의 건강한 토론 자체조차 봉쇄하겠다는 폐쇄적 인식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영훈 의원도 이날 “경선 연기 주장하는 많은 의원을 향해 그런 표현을 했다.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노 마스크’ 경선?=기본적으로 민주당의 경선 일정은 당헌에 따라 9월 초에 종료된다. 하지만 경선 연기론자들은 흥행을 위해 일정을 2달 늦추잔 입장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면 경선도 활기차게, 평소의 모습으로 할 수 있다”(7일 정 전 총리)는 주장이다.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도 15일 비공개 초선 의원 모임에서 “마스크를 쓰고 하는 경선은 흥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측에선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11일)는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이뤄진 상태에서 치러졌냐”(15일 조정식 의원)고 반박한다. 또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집단면역 형성은 11월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9~11월 내내 ‘노 마스크’ 경선을 치르는 건 힘들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보더라도, 흥행에는 인물과 콘텐트가 중요한 거지, 기간만 연기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②국민의힘과 동시 실시?=11월에 예정된 국민의힘 경선과 시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9월에 후보를 먼저 뽑아놓고 국민의힘 경선을 손가락 빨며 지켜볼 건가”(정 전 총리 측 초선)라는 거다. 이재명계 일각에서도 “경선 통과를 전제로, 이 지사가 9월부터 나 홀로 ‘방패막이’가 되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초선)는 우려가 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이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 흥행 요소가 많은 국민의힘에 비해, 민주당은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만한 변수가 많지 않다.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될 때, 경선을 해야 한다”(7일 이광재 의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도 “경선을 늦추면, 국민의힘 컨벤션 효과를 일부 차단할 수 있다”(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고 말했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대패 요인 중엔 국민의힘이 오세훈ㆍ안철수 단일화로 이슈를 끌어온 부분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경선을 늦춰 윤석열 바람을 잡겠다는 건 웃기는 발상”(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이란 지적도 있다.

③당헌 해석 논쟁=경선 일정을 규정한 당헌 88조 2항에 대한 해석론도 분분하다.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연기 반대론자들은 앞 문장을 근거로 “당헌을 고쳐야만 연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 측이 연일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정파적ㆍ정략적 논란만 하는 것은 자멸의 길”(15일 정성호 의원)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대해 연기론자들은 “필요하면 당무위원회 회의로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헌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15일 정 전 총리)라고 반박한다.

경선 일정과 관련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번 주 내에 지도부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심이 깊지만, 송영길 대표 주변에선 “현실적으로 주자들간 합의가 없는데 지도부가 룰을 뜯어고치는 것은 힘들다”는 의견이 있다. 송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등 주자가 반대하는 룰을 심판이 어떻게 고칠 수 있나. 무리하게 고칠 경우 당이 분열되는 것은 물론, 송 대표 본인의 정치 이력에도 큰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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