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맺은 신세계·네이버, 쿠팡 누르고 이커머스 시장 양분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6.16 17:11

업데이트 2021.06.16 17:3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일간스포츠],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일간스포츠],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네이버 연합군이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후보로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를 놓고 이마트·네이버 연합군과 경합하던 롯데는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가로 5조원대를 희망했지만 본입찰에서 이마트·네이버 연합은 4조원대, 롯데는 2조원 후반대를 각각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네이버 연합군이 이베이코리아를 최종 인수할 경우 e커머스시장은 네이버와 이마트의 양강체제가 구축돼 3위로 떨어지는 쿠팡과의 격전이 예상된다.

신세계·네이버,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

16일 투자은행(IB)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이마트·네이버 연합 컨소시움이 참여한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M&A) 본입찰에서 이마트·네이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마트는 이날 공시를 통해 “매도자인 이베이 본사(eBay Inc)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본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 미국 증시에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당사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봤다. 아쉽지만 e커머스 시장에서 다른 성장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인수전에서 철수할 뜻을 밝혔다.

정용진,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 되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당초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SK텔레콤, MBK파트너스(홈플러스 대주주)가 발을 빼 롯데와 신세계 간 2파전으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간 승부로도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이 네이버를 끌어들여 ‘통 큰’ 베팅을 하며 e커머스(전자상거래) 주도권을 가져가게 됐다. 이마트가 인수금액의 80%, 네이버가 20%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마켓·옥션·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본입찰이 지난 7일 롯데쇼핑과 신세계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베이코리아가 어디로 가든 국내 온라인 쇼핑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1

G마켓·옥션·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본입찰이 지난 7일 롯데쇼핑과 신세계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베이코리아가 어디로 가든 국내 온라인 쇼핑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1

이마트·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확정되면 유통업계는 또 한번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네이버, 쿠팡이 각각 거래액 30조원(시장점유율 17%), 22조원(13%)으로 1, 2위다. G마켓·옥션·G9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 20조원(12%)으로 3위다. 이에 비해 이마트의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 롯데그룹의 롯데온은 거래액이 각각 4조원(3%), 7조원(5%) 정도로 온라인 쇼핑에선 맥을 못췄다.

하지만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품게 되면 거래액이 24조원(15%)으로 커져 단숨에 e커머스 시장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시장점유율 18%인 네이버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온 쿠팡을 3위로 밀어내며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이마트와 네이버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며 ‘혈맹’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이마트·네이버를 두고 향후 초대형 온·오프라인 유통 연합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원 규모. 이베이와 이마트·네이버 연합의 거래액은 단순 합산으로 55조원이 돼 e커머스 시장의 3분 1을 차지하게 된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사업자별 거래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사업자별 거래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각 '승자의 저주' 우려도 

그러나 과제도 분명히 있다. 외형상 거래액과 점유율은 커지지만 이베이 인수 뒤 각 플랫폼 간 시너지를 어떻게 내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인수 자체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할 경우 인수 뒤 재무적 상황이 악화돼 정작 추가 투자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베이 인수를 두고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몇년간 영업이익률이 정체돼 있는 상태다.

이베이 놓친 롯데는 "아쉽지 않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편 롯데는 유통 맞수였던 신세계에 이베이코리아를 내주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군소업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롯데온의 시장점유율은 5%선으로 5위권 밖이다. 온라인 쇼핑 규모가 매년 두자릿수씩 성장하는 유통 격변기에서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지 않으면 현재의 오프라인 1위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다만 롯데 내부는 “신세계와 인수가격 차이가 1조원 이상 컸던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크게 아쉽지는 않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이베이와의 시너지가 당초 기대보다 크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결론냈다”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다른 업체와의 인수합병을 비롯해 외부와 협업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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