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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중국 위협할 '한 방'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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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N의 게임이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스크럼을 짠 '다수의 나라(N)'를 상대해야 한다.

트럼프 때는 달랐다. 1대 1의 게임, 미국만 응대하면 됐다. 트럼프는 독불장군이었고, 서방은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길 주저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서방이 뭉치고 있다.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며 리더십을 복원한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반드시 중국을 밀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행보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들고나오니 결속력은 더 커진다.

포위되고 있는 중국.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더 어려운 상대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

문제는 우리다. 더 조밀해지는 미국의 '중국 밀어내기',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중국의 으름장…. 한국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우리도 N에 하나를 더해야 하나….'. 더 치밀한 포지셔닝이 요구된다.

다시 '한 방'을 생각한다.  

중국 눈치 보지 않고, 미국 압박도 견뎌낼 수 있는  우리만의 산업 무기, 글로벌 공급망의 빅 카드가 있냐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호주의 한 방'을 얘기했다. 많은 분이 읽으시고, 댓글을 남겨주셨다. '그래도 우리는 반도체가 있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많았다.

과연 그럴까. 반도체는 중국을 위협할 '한 방'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대략 4404억 달러에 달했다(SIA,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6.8% 성장했다. 이 중 우리의 특징인 메모리 반도체가 약 1173억 달러를 차지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26.6% 정도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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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시장의 강자는 단연 한국이다.

삼성전자가 약 43.5%(2020년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기준), SK하이닉스가 30.1%를 차지했다. 우리 한국 기업이 70% 이상 먹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국가별로 보면 역시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다.

세계 전체 반도체 소비의 약 60%를 차지한다. 그런데 중국은 자국에서 쓰이는 반도체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중국 국내에서 조달 비율은 약 15.9%에 그친다(IC인사이트). 15.9% 중에서도 10%는 삼성,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 반도체 메이커가 생산한 것이다. 중국에 본사를 둔 회사가 만든 건 5.9%에 불과하다. 중국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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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얘기를 해보자.

2020년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약 1326억 달러에 달했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284억 달러. 전체의 21.4%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홍콩 수출 물량(약 137억 달러)을 합치면, 우리나라 대 중국 수출의  약  31.7%는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한다(한국무역협회 통계).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지난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약 524억 달러)의 80%(중국 284억 달러, 홍콩 137억 달러)가 중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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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입장에서 보자.

중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약 956억 달러의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했다(중국 정부 발표, 한국무역협회 통계). 이중 한국에서 수입한 양은 448억 달러(홍콩 수입 포함)로 전체의 46.9%에 달한다(수출입 통계는 집계 방식에 따라 국가별로 미스매치가 난다는 걸 고려하자). 중국이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절반 정도를 한국에서 가져가는 셈이다.

2위 수입국은 대만이다. 2020년 269억 달러어치(약 28.1%)를 수입했다. 한국과 대만에 전체 메모리 반도체의 75.0%를 의존하고 있다.

요약하자.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 '세계 IT 공장' 중국은 서로 필요한 존재다. 한국 메모리 수출의 약 80%를 중국이 가져간다. 중국은 전체 반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한국 기업에 의존한다.

자, 질문으로 돌아가자.

한국 반도체는 중국을 물 먹일 '한 방'이 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위력적인 견제 수단이 될 수 있다. 대만이라는 대체 수급처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한국 의존도가 절반 이상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출하분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

'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 빅데이터, AI, IOT, 자율주행 등의 신산업 일으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중국을 긴장시킬 '한 방'은 되겠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그 혹독한 사드 보복에도 반도체는 끄떡없었다. 꿀릴 것도, 주눅이 들 이유도 없다.

"그래도 치명상을 안길 무기 하나쯤은 갖고 있다…." 이건 자존심이다.

물론 양국 간 극도의 무역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상상일 뿐이다. 실제로는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중앙포토·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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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 있다. 중국의 기술 개발이다.  

호주의 '한 방'인 철강석은 기술 개발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는 그게 가능하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중국의 개발 의지로 볼 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핵심은 역시 초격차다.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면 '한 방'이요, 없다면 '헛방'이다. 그게 사라지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큰소리칠 아무런 레버리지가 없게 된다.

'그래도 우리에겐 한 방이 있어'…. 이 인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엄청난 차이다. 그게 없다면 자존감마저 잃을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100년 초격차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과연 한국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가. 이 문제는 추후 과제로 넘기자.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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