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맞은 마크롱 편들어준 극우 여성정치인, 대선 본격 행보

중앙일보

입력 2021.06.16 16:33

오는 20일과 27일 프랑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의 유력 대선 라이벌로 꼽히는 마린 르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20일과 27일 프랑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의 유력 대선 라이벌로 꼽히는 마린 르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는 마크롱의 가장 치명적인 경쟁자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

지난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방 순회 중 한 남성에게 뺨을 맞는 사건이 벌어지자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53) 대표가 즉각 내놓은 입장이다. 그의 설명대로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치열하게 맞붙을 후보로 꼽히는 르펜의 행보에 최근 외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전 프랑스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지방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남동부 지역을 순방하는 도중 한 남성으로부터 뺨을 맞은 모습. [유튜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남동부 지역을 순방하는 도중 한 남성으로부터 뺨을 맞은 모습. [유튜브]

1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마린 르펜이 오는 20일과 27일에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남부 도시 툴롱을 시작으로 순회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강경 우파인 RN을 이끄는 그에게 이곳은 큰 의미가 있다. 1995년 당시 국민전선(FN)으로 불리던 당이 최초로 승리를 거둔 지역이자,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역에서의 승리는 대선을 앞두고 르펜의 주류 표심 공략 능력을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들도 마크롱과 르펜의 최근 지방 순회 움직임이 내년 대결을 위한 예비전 성격을 띈다고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에 뺨을 맞은 남동부 드롬 지방을 찾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가 큰 지역을 살피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그가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르몽드는 “마크롱이 정치적인 순방을 통해 출마 의지를 확실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프랑스 대선 당시 맞붙었던 마린 르펜(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BMFTV 캡쳐]

2017년 프랑스 대선 당시 맞붙었던 마린 르펜(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BMFTV 캡쳐]

2017년 대선에선 르펜이 패배했지만 현재 상황은 그에게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달 말 프랑스여론연구소 등이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41%에 그쳤다. 지난 2017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66.1%를 얻어 르펜(33.9%)을 이겼던 것에 비하면 대폭 낮은 수치다. 지난달 프랑스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성인 1236명을 대상으로 한 1차 투표 예상 조사에서도 르펜(27%)이 마크롱(25%)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같은 르펜의 약진은 지난해부터 프랑스 내 무슬림 등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사회당 출신으로 중도 우파를 표방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민자 관련 갈등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지난해 11월, 프랑스 정부는 부랴부랴 ‘이민자 쿼터제’를 내놨지만, 불법 이민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은 없는 상태다. 르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反) 난민’ 기치를 바탕으로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주장하면서 지지율을 얻었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설립자인 장 마리 르펜(오른쪽)과 딸 마린 르펜. 마린 르펜은 2015년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는 아버지를 출당시켰다. 중앙포토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설립자인 장 마리 르펜(오른쪽)과 딸 마린 르펜. 마린 르펜은 2015년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는 아버지를 출당시켰다. 중앙포토

변호사 출신인 마린 르펜은 프랑스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93)의 딸이다. 2004년 정계에 처음 들어섰을 당시만 해도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는 평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뛰어 넘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002년 장마리 르펜이 대선 결선 투표에서 17.8%를 얻은 데 비해, 그는 2017년 두 배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 당을 대중 정당으로 자리잡게 했기 때문이다.

마린 르펜은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비판을 받는 아버지와 선을 긋고 독자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2015년엔 장마리가 “유대인에 대한 홀로코스트는 큰 일이 아니었다”고 하자 마린은 그를 당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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