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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우리 것을 좇는 사진가 이동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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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 사진/ 이동춘 작가

권혁재의 사람 사진/ 이동춘 작가

 이동춘 사진가의 눈은
늘 한옥과 우리 전통문화를 좇아왔다.
그가 우리 것을 찍기 시작한 건
무려 30여년 전부터다.
숫제 15년 전부터는 오롯이 찍으려
안동에 터까지 잡아 버렸다.

이러니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문화궁전,
베를린 한국문화원, 국립민속박물관 등
12곳에서 연 전시는 당연히 전통문화가 주제였다.

지독하리만큼 우리 문화에 천착한
그의 열정은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늘 짧은 머리에 남자 차림이며
화장은 아예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그의 두 딸도
그를 ‘아부지’ 혹은 ‘엄빠’로 부른다.

이 모습은 갓 쓴 어른들의 제례를 찍으려다
거절당한 때부터 비롯됐다.
‘여자는 제청이나 사당 출입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게다.
그래서 짧은 머리에
남자 차림으로 무던히 드나들 길 서너 해.
그 지극 정성을 알고서야
어르신들로부터 촬영 허가가 떨어졌다.

2011년 3월 이동춘 작가가 촬영한 도산서원 향사례/ 이동춘 작가 제공

2011년 3월 이동춘 작가가 촬영한 도산서원 향사례/ 이동춘 작가 제공

이후 그는 자기 집 안방 드나들듯
한옥의 내밀한 부분까지 드나들며 사진 찍었다.

요즘 그는 이렇게 촬영한 사진들로
『한옥. 보다, 읽다』는 책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텀블벅에서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집은 특성상 책 제작 비용 부담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거의 팔리지 않으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 줄 리 만무한 세태입니다.
우리 한옥과 그 안의 ‘사람살이’를
어떻게든 책으로 엮으려 펀딩을 시작했죠.
살펴보니 건축으로서의 한옥이 아닌
‘사람살이’ 관점으로 된 우리의 책이 없더군요.
그래서 주거문화 전문가 홍형옥 교수가 2년간 집필한 글과
제가 15년간 찍은 사진으로 책을 엮으려는 겁니다.
애는 10달이면 나오지만,
이 책은 15년 만에 나오네요.
만약 펀딩이 성공한다면….”

놀랍게도 펀딩 하루 만에 목표액을 넘겼고,
사흘 만에 텀블벅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 https://tumblbug.com/korean_house)

그의 열정과 책이 품은 가치를
700여명의 후원자가 알아줬다는 의미일 터다.

“엄동설한 툇마루에 스민 겨울빛 한 조각이
얼마나 따스한지 아시나요?”
그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
거기에 30여년 우리 것을 좇은 이유가 담긴 듯했다.

2011년 4월에 이동춘 작가가 찍은 병산서원, 7월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디자인하우스 B1 전시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동춘 작가 제공

2011년 4월에 이동춘 작가가 찍은 병산서원, 7월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디자인하우스 B1 전시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동춘 작가 제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