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춘 사진가의 눈은
늘 한옥과 우리 전통문화를 좇아왔다.
그가 우리 것을 찍기 시작한 건
무려 30여년 전부터다.
숫제 15년 전부터는 오롯이 찍으려
안동에 터까지 잡아 버렸다.
이러니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문화궁전,
베를린 한국문화원, 국립민속박물관 등
12곳에서 연 전시는 당연히 전통문화가 주제였다.
지독하리만큼 우리 문화에 천착한
그의 열정은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늘 짧은 머리에 남자 차림이며
화장은 아예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그의 두 딸도
그를 ‘아부지’ 혹은 ‘엄빠’로 부른다.
이 모습은 갓 쓴 어른들의 제례를 찍으려다
거절당한 때부터 비롯됐다.
‘여자는 제청이나 사당 출입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게다.
그래서 짧은 머리에
남자 차림으로 무던히 드나들 길 서너 해.
그 지극 정성을 알고서야
어르신들로부터 촬영 허가가 떨어졌다.
이후 그는 자기 집 안방 드나들듯
한옥의 내밀한 부분까지 드나들며 사진 찍었다.
요즘 그는 이렇게 촬영한 사진들로
『한옥. 보다, 읽다』는 책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텀블벅에서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집은 특성상 책 제작 비용 부담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거의 팔리지 않으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 줄 리 만무한 세태입니다.
우리 한옥과 그 안의 ‘사람살이’를
어떻게든 책으로 엮으려 펀딩을 시작했죠.
살펴보니 건축으로서의 한옥이 아닌
‘사람살이’ 관점으로 된 우리의 책이 없더군요.
그래서 주거문화 전문가 홍형옥 교수가 2년간 집필한 글과
제가 15년간 찍은 사진으로 책을 엮으려는 겁니다.
애는 10달이면 나오지만,
이 책은 15년 만에 나오네요.
만약 펀딩이 성공한다면….”
놀랍게도 펀딩 하루 만에 목표액을 넘겼고,
사흘 만에 텀블벅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 https://tumblbug.com/korean_house)
그의 열정과 책이 품은 가치를
700여명의 후원자가 알아줬다는 의미일 터다.
“엄동설한 툇마루에 스민 겨울빛 한 조각이
얼마나 따스한지 아시나요?”
그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
거기에 30여년 우리 것을 좇은 이유가 담긴 듯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