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역지사지(歷知思志)

천안함

중앙일보

입력 2021.06.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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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웹툰 ‘칼부림’은 이괄의 난부터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함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함이는 임진왜란 때 투항한 왜인이자 양부(養父)인 서아지에 이끌려 이괄의 난에 참여했다가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국 후금으로 넘어간 그는 누르하치의 호위 무관이 된다. 당시 만주에는 이미 한윤 등 많은 조선인이 후금에 귀순해 살고 있었다. 실존 인물인 한윤은 곽재우·김덕령 등과 함께 임진왜란에서 큰 공을 세웠던 한명련의 아들이다. 한명련은 대우는커녕 모함을 받고 부득이하게 이괄의 반란군에 가담했다가 처형됐다. 극적으로 탈출한 한윤은 부친의 복수를 꿈꾸며 정묘호란 때 후금군의 길잡이가 됐다. 이무렵 조선이 겪었던 변란은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 이괄의 난도 이귀 등 서인 문신들은 1등 공신에 올려진 반면 가장 큰 공을 세운 무신 이괄이 2등 공신으로 그친 데서 싹이 텄다. 이괄이 불만을 품을까봐 선수를 치겠다며 반란 모의 혐의를 씌우다가 벌어졌다.

역지사지 6/16

역지사지 6/16

한국 역사에서 무신에 대한 푸대접은 유래가 깊다. 고려 무신의 난도 무신 폄하가 도화선이 됐다. 학교에서 이를 배울 때는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변한 것이 없다. 최근 여당의 전직 부대변인과 한 고교 교사가 천안함 장병들에 대해 ‘패잔병’을 거론하며 터무니없는 폄하와 왜곡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의힘의 새 수장이 된 이준석 대표가 천안함 유가족을 만나 지난 정부 때부터의 홀대를 사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역사적으로 군을 무시하고도 생존한 국가는 없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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