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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은 몸에 좋다' 이 주장에 대한 국립암센터 원장 답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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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당장 돈이 안 된다고 해도 국민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게 우리 병원과 민간병원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서홍관(63)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센터 존재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는 20일 개원 20주년을 맞는 국립암센터는 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진료로 국민 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설립된 국가 의료기관이다.

국립암센터-중앙일보 공동기획 #서홍관 국림암센터 원장 "알코올은 1군 발암물질"

서 원장은 국내 최고의 금연 전문가다. 25년간 금연에 꽂혀 운동가로 살았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 그중에서도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원흉인 담배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2010년 한국금연운동연합회 회장직을 맡아 10년간 담뱃값 인상과 담뱃갑 경고 그림 등 주요 금연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지난 1월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취임한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 당장 병원에 이윤이 되는 암 치료보다 암 예방 활동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그를 지난 11일 만났다.

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

국내 암 발병이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가 암이다. 2위가 심장질환, 3위가 폐렴, 4위가 뇌혈관질환인데 이 순위를 모두 합쳐야 1위만큼 될 정도로 암은 압도적이다. 고령화 현상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암이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이기에 암 환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을 제외하고 암 발생 원인의 비중을 따진다면?
가장 중요한 건 생활습관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암의 30%는 흡연, 30%는 음식, 18%는 만성감염, 3.5%는 술에 기인한다.  
세계 금연의 날인 5월 31일 서울역 흡연실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고 있다. 뉴스1

세계 금연의 날인 5월 31일 서울역 흡연실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고 있다. 뉴스1

서 원장도 한때 흡연자였다. 성인 남성의 80%가 흡연자이던 1977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흡연을 시작했다고 그는 토로했다. 그러다 1988년 금연을 선언했다. 이후 “내가 담배를 끊었듯 내 환자들도 금연을 시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그가 금연 운동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뭘까.

흡연, 몸에 얼마나 해롭나?
흡연은 한 마디로 내 몸에 발암물질을 집어넣는 자해 행위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다가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서 제정신으로는 흡연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 뭐라고 보나
담배 가격 인상이다. 2015년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담배가격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31등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 담배 가격이 8000원인 것을 고려해 적어도 평균 수준까지는 올려야 한다.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서 원장은 “이제는 국민이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선 많이들 알고 있다”며 앞으로는 술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임기 내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술이 발암물질이라는 걸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소량 음주는 괜찮지 않나?
사람들은 어떤 식품에 발암물질이 단 한 개라도 들어가 있다고 하면 절대 안 먹는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과 그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인체에서 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무도 안 알려주니까 음주를 하는 인구가 2700만명이나 된다.  
하루 1잔의 가벼운 음주(알코올 섭취량 12g 이하)로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암 종류별 발생 위험도를 보면 구강인두암은 17%, 식도암 30%, 유방암 5%, 간암 8%, 대장암은 7%가 증가한다. 예전에는 하루 두잔까지는 괜찮다고 봤지만, 유럽에선 이미 2014년 소량 음주에도 암 발생이 증가하므로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에서 술을 마시면 심장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 효과는 매우 적다. 결국 소량 음주도 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권하기 어렵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암 예방 활동 외에 국립암센터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서 원장은 국가암정보센터를 운영하면서 암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국가암정보센터는 어떤 정보를 제공하나
현재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국가암정보센터에 가면 100종에 달하는 암의 종류와 특징, 예방법, 치료방법, 치료의 부작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부작용과 한계까지 명확하게 설명한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 치료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양성자치료를 도입했다.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양성자 치료는 암세포 주변의 정상조직에 방사선 노출이 거의 없어 정상세포 보호가 중요한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치료법이다. 현재 양성자치료기를 보유한 기관은 국립암센터를 포함해 국내에 단 두 곳뿐이다.

또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희귀난치암 치료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다른 민간 의료기관에서는 희귀암은 돈이 되지 않아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는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희귀난치성 치료센터를 건립했다”며 “경영상의 어려움은 커져 원장으로서는 힘들지만, 국민에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최근 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암 환자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까.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서 원장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암 환자는 대체로 면역력이 굉장히 약하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선 부작용을 걱정하지만 모든 예방접종에는 다 부작용이 있다. 위암 환자에게 수술을 받으라고 권하는 거랑 똑같은 거다.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맞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맞았을 때 이득이 크기 때문에 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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