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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없어도 괜찮아” 미ㆍ중 갈등에도 활짝 웃은 이 업계

중앙일보

입력

“바이든 역시 만만치 않다. 아니, 트럼프 때보다 더 심해지는 것 아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요즘 중국에선 이런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 년이 다 되어 가지만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은 여전히 살벌하다. 얼마 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확대하자 중국 역시 반(反)외국제재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그러나 두 대국의 치열한 샅바싸움에도 웃고 있는 곳이 있다.

미국 농업 기업들과 농가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지난해부터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어마어마하게 사들이고 있다”며 미국 농업 경제 회복에 중국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농업의 중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 농업의 중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 미ㆍ중 갈등에도 美 농가는 싱글벙글  

미국 농무부의 최근 발표를 보자. 미 정부는 올해 총 372억 달러(약 41조 4800억 원) 규모의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대두, 옥수수, 견과류, 소고기, 밀, 가금류 등을 망라한다. 미국 농산품 전체 수출량의 23%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신화통신은 “2021 회계연도(9월 30일까지)를 기준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농산물 수출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 농무부가 지난 2월 예상했던 수치보다도 35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나 늘어난 수치”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이 급증한 것은 왜일까.

중국 양돈업체 [EPA=연합뉴스]

중국 양돈업체 [EPA=연합뉴스]

외신들은 중국 양돈업체의 성장을 큰 이유로 꼽는다. 2018~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큰 피해를 봤던 돼지농장들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서다. 돼지 사육 두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와 대두 수요가 확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수출이 급증한 이유다.

옥수수ㆍ대두 주요 수출국 중 한 곳인 브라질이 극심한 가뭄으로 타격을 입은 탓도 있다. 공급은 줄었는데 중국의 수요는 늘어났다. 미국 농민들에겐 큰 기회가 됐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과 맺은 1단계 무역합의의 영향도 있다. 중국 정부가 ‘2년에 걸쳐 최소 8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을 수입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FT는 “지난해 초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탓에 그 약속을 지키려면 더욱 부지런히 사들여야 하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수입량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미국 농업, 중국에 대한 의존도 크게 높아져  

미국 농민들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2018년, 전례없는 수준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었다. 지난해 미국 농장들의 순소득이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른 이유다. 올해 보조금이 줄어들면 이들의 소득 역시 감소하겠지만, 대신 수출량이 늘고 있다.

농업 경제학자 스콧 어윈(일리노이 대학)은 “중국의 구매는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중국 농가를 살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중국 농가를 살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농민들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는 두려움이다. 미국 대두수출위원회 측은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을 견제하고 있단 얘기다.

중국 역시 이 상황이 마뜩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산 콩 수입이 늘어나자 동물 사료에 쓰이는 콩의 비율을 줄이고 다른 재료를 넣는 업체들이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 정부가 동물 사료에서 콩과 옥수수를 줄이라는 지침을 내린 탓이 크다. FT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 농가에 점점 더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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