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까 말까? 선거 앞 고무줄 된 전기료, 한전 부담만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15 17:07

이번에는 올릴 수 있을까. 선거를 앞두고 한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던 정부가 다시 요금 조정을 검토한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선거를 앞둔 정부가 요금 인상에 다시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는 정부의 여론 눈치 보기에 한전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물가에 할인축소…"요금 인상 어려워"

한국전력이 오는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오는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뉴스

15일 한전은 오는 21일 ‘7∼9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부터 국제유가 등 연료비 변동을 분기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원가 연계형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료 가격 등 전력생산 원가를 최대한 반영해 요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목적대로면 3분기 전기요금은 올려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에 따라 최근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회복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요금인상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분기 연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생활 어려움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론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3분기에도 부담은 여전하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아직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닌 데다 최근 오른 물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2.6% 오르며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뉴스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뉴스

3분기 요금을 올리면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 요금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점도 고심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는 월 200㎾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에 적용했던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액이 월 4000원→2000원으로 축소한다. 원래 받았던 할인액이 주는데 전기요금까지 올린다면 여론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인상 또 유보하면 제도 무산”

문제는 전기요금 조정에 정부가 계속 간섭하면서 개편 요금제 시행 자체가 사실상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유승훈 서울시립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하반기부터 본격 선거 준비에 돌입할 텐데 지금 못 올리는 전기요금을 그때는 어떻게 올릴 수 있겠냐”면서 “요금 조정 문제가 다음 정부까지 넘어가면 결국 원가 연계형 전기 요금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원가 연계형 요금제는 이명박 정부 때도 시행하려고 했지만, 유가가 치솟으면서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시행을 계속 유보하다 결국 최종 폐지했다.

깜깜이 요금 결정, 한전 부담만 커져 

정부 여론 눈치 보기가 길어지면서 결국 한전 부담만 다시 커질 전망이다. 이미 한전은 1분기 저유가 상황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h 당 3원을 깎아줬다. 하지만 정부 압박에 연료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요금을 다시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지난해는 코로나19 저유가로 그나마 버텼지만 경기 회복에 따라 유가는 다시 오르고 있어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기요금 개편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부]

전기요금 개편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부]

늘어나는 에너지 전환 비용도 부담스럽다. 정부는 원가 연계형으로 전기요금제를 개편하면서 기후·환경 관련 비용을 매년 측정해 별도로 분리해 고지하기로 했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개편 요금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면서 이마저도 결국 한전 부담으로 다시 돌려질 가능성이 크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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