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에 숨겼다가 들통… 문화재 밀반출 3년간 92점 적발

중앙일보

입력 2021.06.15 14:11

업데이트 2021.06.15 14:52

15일 대전 서구 대전경찰청사 내에 경찰에서 압수한 해외 밀반출 문화재가 놓여 있다. 경찰은 외국인과 문화재 전문 브로커를 포함한 11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15일 대전 서구 대전경찰청사 내에 경찰에서 압수한 해외 밀반출 문화재가 놓여 있다. 경찰은 외국인과 문화재 전문 브로커를 포함한 11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분청사기·다라니경 등 문화재 4종 92점이 해외로 밀반출되기 직전 적발‧회수됐다. 이들 문화재는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제작된 후 50년 이상 지난 것으로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일반동산문화재에 해당한다.

문화재청·대전경찰청 공조수사 11명 적발
분청사기·다라니경 등 4종 92점 유물 회수

문화재청은 대전경찰청과 공조수사를 통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우체국 국제특송(EMS)이나 공항 검색대를 이용해 해외로 문화재 밀반출을 시도한 피의자 11명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문화재보호법 위반(제60조, 제90조) 혐의로 붙잡힌 이들 가운데는 일본인(3명·재일교포 포함), 중국인(2명), 베트남인(1명), 독일인(1명)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 역시 문화재 전문 브로커, 교사, 연구원 등 다양했다.

이들은 관광 등을 위해 국내에 들어와 2013년 12월 29일부터 최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원에서 분청사기·다라니경 같은 고서적과 한량은화 등 문화재 92점을 사들인 뒤 캐리어에 숨겨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는 국제우체국 국제특송(EMS)을 통해 밀반출을 시도했는데 물품운송 품목을 거짓으로 기재하는 수법 등을 사용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내 행동이) 범죄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경찰은 3년간의 문화재청 공조 수사를 통해 이들 혐의를 대부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압수한 문화재는 목기‧도자‧전적 등 총 4종 92점에 이른다. 이 중 목기류는 19세기부터 근대기에 제작된 것으로, 돈궤‧목제궤‧목제함‧흑칠함‧탁자 등 20점이다. 이중 돈궤의 뚜껑 안쪽엔 ‘갑진계춘의계소비(甲辰季春義契所備)’라는 묵서명이 있다. 문화재청은 “조선 후기 갑진년에 해당하는 1784년이나 1844년 3월 또는 늦봄에 조선 시대 상인들의 조직인 의계(義契)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며 “제작 년대와 사용자, 용도를 알 수 있는 유물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대전 서구 대전경찰청사 내에 경찰에서 압수한 해외 밀반출 문화재가 놓여 있다. 경찰은 외국인과 문화재 전문 브로커를 포함한 11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15일 대전 서구 대전경찰청사 내에 경찰에서 압수한 해외 밀반출 문화재가 놓여 있다. 경찰은 외국인과 문화재 전문 브로커를 포함한 11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15일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 국제범죄수사팀이 문화재청과 공조 수사로 일본인 회화매매업자 A씨(59) 등 다국적 문화재 해외밀반출 사범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은 경찰에서 압수한 해외 밀반출 문화재. [뉴스1]

15일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 국제범죄수사팀이 문화재청과 공조 수사로 일본인 회화매매업자 A씨(59) 등 다국적 문화재 해외밀반출 사범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은 경찰에서 압수한 해외 밀반출 문화재. [뉴스1]

전적류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의 목판본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18세기 조선 시대 금속활자 중 하나인 율곡전서자를 번각해서 만든 율곡선생전서와 1771년에 전라감영에서 간행한 완영본인 『주자대전(朱子大全)』 등이 포함됐다. 조선 후기의 사회상과 조선 성리학의 학문적 경향을 알 수 있어 문화재적‧학술적으로 중요한 자료들이다.

도자류는 11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제작된 청자‧분청사기‧백자‧도기 등이며 대부분 완전한 형태로 시대적 양식을 갖추고 있다. 조선 15세기 분청사기인 화문장군(粉靑沙器印花文獐本)은 물, 술, 참기름 등을 저장하던 용기로 일상생활과 제사 및 의례용으로 사용됐으며 조선 전기 분묘(墳墓)에서 부장품으로 출토되는 등 당시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심지연 문화재청 감정위원은 "11∼12세기 고려시대에 제작된 유물을 포함해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연상(벼루 상자)의 경우 나뭇결이 잘 남아 있어 희소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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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개정안이 발효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제작된 지 50년 이상 된 미술·전적류 등 가운데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있고 상태가 양호한 것들 중에서 희소성·명확성·특이성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면 일반동산문화재로 분류된다. 이렇게 되면 국외 수출·반출이 금지되고, 해외 전시 등이 목적일 땐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로 오인 받을 수 있는 유물을 반출할 때는 공항이나 우체국, 항만 등에서 반드시 ‘비문화재확인 절차’(문화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절차) 등을 이행하도록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면서 “국외로 밀반출하는 것이 적발되면 엄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요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문화재 밀반출 방지를 위해 문화재감정관실의 근무를 강화하고 관세청(세관), 우정사업본부(우체국), 국제공항항만공사 등 관계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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