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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유출에 묵비권' 꼭 다문 입 여나…경찰, 감리업체 소장 재소환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붕괴 사고 후 7명 과실치사상 입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에서 안전규정 관리·감독을 맡았던 감리업체 A 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한다. 경찰은 A 소장이 붕괴사고 이튿날 사무실에서 일부 자료를 반출한 정황은 파악했지만 공사 전반에 관한 감리일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광주경찰청 "구속영장 신청 검토"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감리업체 소장 A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소장은 붕괴 사고가 난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공사 과정에서 본인 역할과 임무 중 일부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해 오던 인물이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했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 현장.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 현장. 프리랜서 장정필

묵비권 행사·자료 반출…수상한 행적

경찰은 철거업체 등의 사고 당일 안전관리규정 준수 여부 등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9일자 감리일지를 비롯해 공사 전반에 관한 감리일지 문건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감리일지는 감리업체가 공사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매일 기록해 관할 지자체에 보고·제출해야 하는 문건이다.

A 소장은 사고 다음 날이자 경찰 압수수색이 있기 전인 지난 10일 오전 3시쯤 자신의 사무실에 들러 일부 자료를 반출한 정황이 확인됐지만 11일에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 9일 붕괴 사고 이후 현재까지 감리업체 A 소장을 포함해 철거업체 2곳 관계자 3명, 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3명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오전 광주 동구청 영상회의실에서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 대응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오전 광주 동구청 영상회의실에서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 대응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리·감독 의무 소홀 입건 대상"

아울러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굴착기 기사와 신호수, 살수 요원 등 10여 명 중에서는 철거업체 백솔건설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인 B씨와 또 다른 철거업체 한솔기업 현장소장 등 2명을 입건했다. 조사 결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건물 철거 계약을 맺은 한솔기업이 광주 지역 백솔건설에 재하청을 줬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7명은 관리·감독의 위치에 있는데도 안전 조치 의무를 소홀히하거나 부주의해 사고가 발생하게 한 사람들"이라며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3명은 사고 당시 현장에는 없었지만, 원청업체이자 시공사로서 전체적으로 관리·감독할 의무에 견줘 이런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해 입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지난 14일 같은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지난 14일 같은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警 "핫라인 형성"…檢 "협의 요청 없어"

한편 경찰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7명을 입건하는 동안 검찰과 입건 대상자 결정을 놓고 협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중앙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진호 광주지검 인권감독관 겸 전문공보관(부장검사)은 "붕괴 원인 및 책임 규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과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나, 대상자 입건 여부에 대해 경찰이 협의(를) 요청해온 바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핫라인이 형성돼 있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압수수색 등 영장 신청 단계에서 수사 기록 등을 공유하며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최종권·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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