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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나쁜습관 없애주니 기업가치 4조 "우린 마음을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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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누구나 나쁜 습관 몇 가지쯤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자 봉지를 찾는다거나, 늦은밤 정처없이 소셜미디어를 헤매는 것과 같은.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이라고 했던가.

팩플레터 113호의 요약본 #팩플인터뷰, 글로벌 유니콘 '눔'(noom) 정세주 대표

이렇게 내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습관과 단절하게 도와주겠다는 서비스가 있다. 소비자 헬스케어 앱 눔(noom)이다. 눔은 행동 심리학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인간 코칭을 결합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월 59달러짜리 유료 앱인데도 미국 등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쓴다. 지난해 매출은 4억달러(약 4500억원), 전년의 2배로 뛰었다.

헬스케어 플랫폼 눔(noom) 정세주 대표

헬스케어 플랫폼 눔(noom) 정세주 대표

정세주(41) 눔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난달 28일 화상으로 만났다. 유명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등이 주도한 투자에서 5억 4000만달러를 유치했다고 공개한 이후다. 눔은 이번 투자 유치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에 올랐다.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40억(4조5000억원) 달러. 정 대표가 대학 중퇴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지 16년 만, 구글 수석엔지니어 출신의 공동창업자와 눔을 시작한 지 13년 만의 마일스톤이다. 정 대표는 “이제 성장을 넘어 성숙한 기업으로 올라설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최후의 혁신

기업가치가 2년 새 4배 이상 올랐다. 투자자들은 왜 눔을 높이 평가한 걸까.
투자자들은 기술혁신이 산업지형을 바꾸는 걸 많이 봤다. 소비자에게 더 친화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쪽이 변화를 주도했는데, 진입장벽 높은 헬스케어 시장은 그런 디스럽션(disruptionㆍ붕괴)이 더뎠다. 그렇지만 여기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들은 눔이 그 기회를 잡을 거라고 봤다. 우린 상장회사를 포함해 미국 내 컨슈머 헬스케어 기업 중 매출, 성장속도, 사용자 수에서 압도적인 1등이다. 
이미 흑자라면서, 거액 투자를 받은 이유는.  
2년 전부터 흑자다. 돈이 바닥나 투자유치한 게 아니다. 우선,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을 키워본 경험있는 투자사들로부터 배우고 싶었다. 스타트업이 성장단계(growth stage)에서 성숙단계(established stage)로 올라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두 번째 이유는 더 공격적인 연구개발(R&D)로 사업 영역과 시장 모두 확장하기 위해서다.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눔은 행동심리학 기반의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 2021년 5월말 기업가치 40억달러의 '유니콘'에 올랐다. 그래픽=중앙일보 팩플 한건희 인턴.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눔은 행동심리학 기반의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성장, 2021년 5월말 기업가치 40억달러의 '유니콘'에 올랐다. 그래픽=중앙일보 팩플 한건희 인턴.

공격적인 R&D는  어떻게?
눔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게 여전히 많다. 행동변화 플랫폼이 체중관리만 도울 이유가 없다. 고혈압ㆍ당뇨 관리는 물론, 신부전증이나 암 관리도 준비 중이다. 스트레스 조절 같은 멘탈 케어는 올 여름 정식 출시한다. 영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병원이나 보험사가 우리 서비스를 인정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미국 건강보험 시장에 들어가겠다는 건가.
병원 의사가 눔을 처방하고, 보험사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모델이다. 사실 오바마 정부 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미 눔을 의료수가 인정 목록에 올렸었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이 심사가 보류됐다. 바이든 정부에서 곧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헬스케어 시장 질서는 공고하다. 눔이 이걸 흔들 수 있을까.
지난 1년 여 사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픈 뒤 병원 가서 치료하는 대증요법(sick care)으로는 내 삶을 지킬 수 없다는 걸 많은 이들이 깨달았다. 병원 치료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로 시장의 축이 이동했다.
코로나19 덕분에 눔도 성장했겠다.  
눔은 수차례 변화 끝에 2017년 행동변화 플랫폼으로 정비한 이후 급성장했다. 코로나 이후, 기존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본다. 뉴요커들이 룰루레몬 같은 애슬레저(Athleisure) 브랜드를 즐겨입고 비싼 건강음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지는 오래됐다. 사람들은 명품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더 핫하다고 느낀다.
눔 공동창업자인 정세주 대표. 그래픽=중앙일보 팩플 한건희 인턴.

눔 공동창업자인 정세주 대표. 그래픽=중앙일보 팩플 한건희 인턴.

눔, 행동을 바꾸는 플랫폼  

눔은 동부 뉴욕 기반의 B2C 중심의 서비스 기업이다. 사용자가 눔에 기록하는 식단ㆍ혈당ㆍ혈압ㆍ체중ㆍ운동량 등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코치가 앱으로 맞춤 코치를 해준다. 기술 기반이지만,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모든 과정에서 최종 소비자의 마음을 사야한다.

눔의 핵심 경쟁력은 뭔가. 
사용자가 전보다 더 건강해지도록 하는 방법론,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데이터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행동변화를 끌어낼지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서비스에 반영하고, 결과를 다시 분석한다.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눔 사용자 중 70% 이상이 기존 몸무게의 7.5% 이상 감량에 성공한다. 체중을 건강관리의 척도로 쓰는 건 미국 CDC가 ‘기존 체중이 많든 적든 5% 이상을 감량하면 대부분의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한 가이드라인을 때문이다.
전면 유료화한 이유는. B2C로선 리스크가 큰데.
부담과 걱정, 엄청났다. 앱마켓 헬스케어 분야 다운로드 세계 1위란 타이틀을 버리기로 한 거니까. 그런데 유료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건강 개선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건강개선의 의지가 없는 일부 사용자의 질 낮은 데이터를 제거해야 했다.

미션, 창업의 시작과 끝

4조짜리 유니콘의 창업자. 정 대표를 ‘벼락스타’로 보는 이는 없다. 엔지니어도, 의사도, 명문 MBA 출신도 아닌 그의 도전은 스타트업계에선 꽤 유명하다. 대학 1학년 때 헤비메탈 음반 레이블을 창업해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개업의였던 아버지가 암으로 별세하면서 삶이 달라졌다. 창업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기회의 땅에서도 기회는 거저 오는 게 아니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사업은 사기를 당한 끝에 접어야 했다. 할렘가에서 배를 곯기도 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을 법도 한데, 견딘 힘은.
돈만 벌려고 창업한 게 아니었으니, 견뎠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나는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다가야 하는지, 어떤 재주를 가진 건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눔을 창업했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못했던 예방의학, 그걸 내가 기업을 만들어 스케일을 키워서 해내고 싶다는 게 눔의 시작이었다. 행동변화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 이 미션만 바라보고 왔다. 지금도 고3처럼 일하며 사는 이유다.
2021년 5월말 나스닥(NASDAQ)이 눔의 투자유치를 축하하며 뉴욕 시내에 나스닥이 게재한 광고. 눔은 유력한 IPO 후보로 꼽힌다. 사진=나스닥

2021년 5월말 나스닥(NASDAQ)이 눔의 투자유치를 축하하며 뉴욕 시내에 나스닥이 게재한 광고. 눔은 유력한 IPO 후보로 꼽힌다. 사진=나스닥

나스닥 상장기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기업공개(IPO) 계획은.  
IPO를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사를 키운 것은 중요하지만, IPO가 절실하진 않다. 늘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결정인지 고민한다. CFO를 부킹닷컴(Booking.com)에서 모셔온 건 회사의 격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눔이 운용하는 금액이 조 단위로 커졌는데 ‘초기 스타트업 때처럼 실패하며 배워가겠다’는 건 안 되니까. 『Good to Great』(한국 번역판 :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처럼,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 IPO도 그 과정일 뿐이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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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6월 10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습관을 바꾸는 유니콘 눔, 정세주의 미션"의 요약 버전입니다. 팩플 뉴스레터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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